문가영이 말뜻을 알아챈 것을 본 임슬기는 적당한 선에서 말을 멈추고 아파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내가 도와줄게.”
임슬기의 말뜻을 이해한 문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계단으로 올라갔다.
청소부든 경비원이든 CCTV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간호사인 문가영은 CCTV를 확인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번에는 방우지가 교수님에게 부탁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방우지를 귀찮게 할 수는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문가영은 진수빈이 돌아온 뒤 상의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진수빈은 밤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 대신 진예은이 전화를 걸어왔다.
문가영이 진예은에게 진수빈과 연애 중이라고 말하자 진예은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게 바로 옛날 사람들의 얼굴도 모른 채 결혼했다가 사랑을 나누는 거냐? 하지만 진수빈이 그래도 남자답긴 하네. 적어도 책임은 지려고 하니까. 10억을 던져주며 ‘이런 일 없었던 거로 하자’는 것보다는 나아.”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10억 원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진예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라면 10억 원을 선택할 거야. 남자는 어차피 쓸모없는 존재니까.”
문가영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난 10억 원이 필요하지 않아.”
“어쨌든 너희 두 사람 원래 약혼도 했는데 이제 관계도 확실해졌으니 잘 된 거야.”
진예은은 문가영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시간 나면 예전 일들도 진수빈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너만 손해야. 특히 네 귀, 만약 그때 네가 진수빈과 문사라를 돕지 않았다면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과거를 언급하자 한동안 침묵에 잠긴 문가영은 한참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먹어.”
순간 멈칫한 문가영은 진수빈을 따라 서재로 걸어갔다.
“18번 병상 환자 상태가 안 좋아요? 방 선생님 말로는 일주일째 고민 중이라던데...”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수빈이 서재 문 앞에서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문가영을 문밖에 가로막았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든 문가영은 진수빈이 시선을 내리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따라와? 서재는 네가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데가 아니야.”
문가영은 숨이 막혔다.
“난, 난 그냥...”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되었으니 다른 것들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진수빈이 눈썹을 찌푸렸다.
“규칙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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