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은 입술을 깨물며 진수빈과의 무의미한 논쟁을 피했다.
그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는 분명히 거부했었다.
문가영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어 청구서를 꽉 움켜쥐고 진수빈을 피해 말했다.
“비용을 내러 가야 해서 먼저 갈게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진수빈을 돌아 수납처로 향했다. 진수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문가영의 뒤를 따랐다.
문가영은 진수빈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는 말없이 비용을 모두 지불한 후 돌아서서 응급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정도의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데 유독 영이만 가장 심해 위세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진예은은 문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갑자기 어떻게 식중독에 걸렸지?”
문가영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조 원장님께 연락했지만 고아원에 촬영 중인 제작진이 있어 그녀는 아직 올 수 없었다.
“누나, 영이 혹시 죽을 수 있어요?”
주눅 든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숙이고 찾아보니 한 남자아이가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이 남자아이는 옷이 허름했고 심지어 몸에 맞지도 않았지만 매우 깨끗했다. 그러나 영양실조 때문에 머리가 크고 몸이 작아 콩나물처럼 보였다.
문가영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야, 영이도 너희들처럼 배탈이 났을 뿐이니 이제 의사 아저씨께서 치료해주면 나을 수 있어.”
남자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의사 아저씨가 대단해요?”
문가영은 눈빛이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럼, 아주 대단한 분이야.”
진수빈은 옆에 서서 몸을 웅크리고 어린아이와 대화하는 문가영을 지켜보았다.
비록 마음은 조급하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고아원에 가면 분명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포니테일 머리를 묶었고 운동복 차림을 하고 있어 학생처럼 보였다.
진수빈의 시선을 느낀 문가영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면서요?”
진수빈은 옆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비록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사의 책임감 때문에 진지하게 말했다.
문가영은 어리둥절해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진수빈은 고개를 떨구고 문가영의 곁에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날 따라와.”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온몸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 아이들은 두려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 모두 문가영 곁에 서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문가영은 대뜸 눈치채고는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아저씨도 의사 선생님이야. 이분이 너희들을 데리고 검사할 건데 그럼 앞으로 배가 아프지 않을 거야.”
진수빈은 그녀를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왜 가영이는 누나고 난 아저씨지?’
아이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경계심이 강해서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다.
이때 진예은이 말했다.
“가영아, 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봐. 내가 여기서 영이 기다릴게.”
아마 이것이 제일 좋은 해결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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