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거리며 말하는 박강훈은 매우 불쾌해 보였다.
“그래?”
박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작은 아버지도 입원 동에 온 거예요? 아는 사람이 입원했나요?”
박진우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응.”
박지훈은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왔네? 강훈이 데리고 얼른 돌아가.”
“네, 다음에 봬요.”
“작은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박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박지훈은 가벼운 걸음으로 성유리의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성유리가 응급실로 실려 갈 때 박지훈의 회사에서도 사고가 발생해 현장 처리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가 이제야 일을 마치고 다시 왔다.
성유리는 보육원 아이들을 구하려다 위험에 빠진 것이기에 어찌 되었든 한번 문병을 오는 게 인간의 도리였다.
병실 안.
진미연은 성유리가 먹을 것을 사러 나간 상태라 성유리 혼자 병실에 있었다.
누군가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성유리는 박진우가 아이를 데리고 다시 온 줄 알았다.
하지만 문 앞에 있는 박지훈의 모습을 보자 순간 멈칫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박지훈이 정교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에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원장님이 오늘 밤 문병 오실 예정이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대신 왔어.”
박지훈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침대 머리맡에 놓고 병상 옆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기댄 박지훈은 팔을 팔걸이에 올려놓은 뒤 다리를 꼰 상태로 성유리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성유리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방금 박진우가 한 말이 떠오르자 갑자기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네 주제를 알고 움직여.’
비교해보지 않으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아이를 둔 엄마라서 그런지 아이들을 보면 모성애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성유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죠. 경비원도 있었고 대표님도 계셨으니까요.”
고개를 들어 성유리와 눈을 마주친 박지훈은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거의 죽을 뻔한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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