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전날 진미연에게 두 사람을 밤새도록 욕했다.
“큰 놈은 양심이 없고 작은놈은 머리에 피도 안 말랐어. 한두 마디 욕먹었다고 정말 안 오다니...”
성유리는 진미연이 욕설을 퍼붓는 걸 듣고만 있을 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진미연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다 자신을 위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거라는 걸 성유리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친구만이 진심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퇴원 당일, 이른 아침에 중요한 업무 연락을 받은 진미연은 새벽 6시에 병원을 나서면서 일을 마친 후에야 퇴원 수속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성유리는 계속 기다렸지만 진미연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퇴원 수속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성유리는 병원을 나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박진우에게 전화하고 싶진 않았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끝에 마침내 며칠 전에 저장해둔 번호를 꺼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박지훈의 번호를 진짜로 쓸 때가 있다니.
전화가 연결되자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시죠?”
“대표님, 저 성유리인데요...”
성유리는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런 일로 부탁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박진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제 퇴원 수속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남자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침묵하는 몇 초 동안, 성유리는 상대방 남자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박지훈이 거절하려고 침묵하거나 아니면 바쁠 거라고 생각한 성유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안 되시면 그냥...”
“5분 후에 도착해요.”
박지훈은 성유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성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요?”
“할아버지가 아침 일찍 전화해서 네 퇴원을 도와주라고 했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도 안 왔을 거야.”
눈에는 불쾌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발소리를 들은 성유리는 박지훈도 온다는 게 생각났다.
그렇다면 둘이 마주치게 되는 것일까?
박진우의 성격으로는 꼭 궁금증을 풀고야 말 것이다.
성유리를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박진우와 성유리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박지훈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본 박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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