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박진우를 흘끗 바라본 박지훈은 무의식적으로 성유리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성유리가 말을 하려다 만 모습을 보고 대강 사정을 짐작한 듯 담담히 말했다.
“성유리 씨는 내가 후원하는 보육원에서 사고를 당했어. 그래서 내가 원장을 대신해 퇴원 절차를 밟으러 온 거야.”
성유리는 그제야 걱정이 사라졌다.
남자는 정말 영리했다.
‘반응 속도가 이토록 빠르다니...’
만약 성유리가 부른 것이라고 하면 박진우는 분명 두 사람의 사이를 오해했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박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 물었다.
“작은 아버지, 전에 과일 바구니 들고 문병 오신 것도 성유리 보러 온 거였어요?”
“응.”
박지훈은 박진우를 지나 침대 머리맡으로 가서 입원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걸어 나왔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박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박지훈은 친구를 보러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은 아버지...”
성유리의 퇴원 서류를 들고 가려던 박지훈은 박진우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왜?”
“제가 할게요!”
박진우가 손을 내밀어 박지훈의 서류를 가져갔다.
“제가 처리할 테니 작은 아버지까지 번거롭게 움직일 필요 없어요.”
박진우는 박지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퇴원 서류를 들고 병실을 나갔다.
병실에 성유리와 박지훈만이 남았다.
“대표님, 원래는 친구가 퇴원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오전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안 왔어요. 그래서 전화를 드린 거예요.”
박지훈이 성유리의 발목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혼자 생각에 잠긴 성유리는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께서 약을 처방하지 않았어요.”
성유리는 일반 알약보다 한약을 선호했기에 이런 상처는 나중에 약초를 좀 붙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숙여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던 박지훈은 화상을 입은 피부를 발견했다.
아마도 성유리가 한 발을 들고 있어서 중심을 잡지 못했는지 휘청하더니 남자의 품 안으로 몸이 기울었다.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박지훈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뚝을 단단히 잡았다.
검지에 낀 차가운 반지가 피부에 닿자 본능적으로 멈칫한 성유리는 재빨리 시선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성유리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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