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안 되는데?”
박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혼한다고 했잖아?”
말 속에는 이혼을 앞둔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성유리는 빠르게 뛰는 심장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진우의 작은 아버지 박지훈이기 때문이다.
박진우와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원칙적으로는 성유리 역시 ‘작은 아버님’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었다.
성유리가 긴장한 것을 눈치챈 박지훈은 재빨리 움직여 모든 것을 끝마치려 했다.
박지훈은 성유리를 안은 후 난간을 넘어 가볍게 내려놓았다.
성유리는 조금 전까지도 자기를 안고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이제 보니 박지훈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재빨리 넘어온 뒤 높이도 딱 맞아 가볍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박지훈이 돌아보자 성유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대표님.”
손을 뗀 박지훈은 문 쪽을 가리켰다.
“안 나가면 문이 박살 날 텐데.”
성유리는 그제야 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진다는 걸 알아차렸다.
더 이상 말할 여유가 없어 얼른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성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지훈은 웃음을 참지 못한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문을 연 성유리는 박강훈과 진은주가 함께 서 있는 걸 보았다.
“엄마, 왜 이렇게 늦게 문 열어요?”
박강훈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뭐라고? 진우가 어젯밤에 여기서 안 잤다고?”
진은주가 입을 열려는 순간 충격을 받은 듯한 또 다른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고개를 든 성유리는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박철용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3층에서 내려와 복도 끝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은 모양이었다.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가 정확히 들으셨다면...’
“일이 있어서 나갔어요.”
“이 자식이...”
분통이 터질 듯한 표정을 지은 박철용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강훈아,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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