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는 이미 본가를 떠났지만 아이를 데리고 취침 중인 박철용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주변의 게스트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옆방 역시 열리지 않았다.
만약 성유리를 이대로 두고 떠난다면 내일 아침 누군가가 박지훈의 방에서 나오는 걸 목격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둘이 아무리 해명해도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떠날 생각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성유리를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 박지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잠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왔을 때까지도 성유리는 여전히 원래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렇게 취하기 쉬운 체질이니 아까 문을 잠근 이유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이 방에 들어온 걸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코니에 시선이 머무른 박지훈은 피식 웃은 뒤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옷장에서 새 담요를 꺼내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꽤 시끄럽게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침대 위의 성유리는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성유리는 옆방의 노크 소리에 깨어났다.
“엄마, 아빠, 일어나요! 학교 늦겠어요. 저 데려다주세요.”
박강훈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깨어나 눈을 비비며 문 쪽을 바라보려던 성유리는 순간 소파에 누워있는 한 사람의 모습에 시선이 멈췄다.
박지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일부러 기침 소리를 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문 쪽으로 눈짓을 하자 살금살금 일어난 성유리는 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
이내 자신이 왜 이 방에 있는지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여기가 박지훈의 방이었던 것일까?
옆방 문에서는 계속 아이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노크 소리에 진은주까지 깬 모양이었다.
워낙 차가운 성격의 박지훈이라 사람들에게 늘 강한 거리감을 주곤 했다. 그런 박지훈이 이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건 성유리도 처음 봤다.
조용히 성유리를 바라보는 박지훈은 떠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내가 도와줄까?”
성유리는 약간 당황했다.
“네?”
박지훈이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그녀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도와주겠다고? 대체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지?’
성유리가 의아해할 때 박지훈이 허리를 굽혀 그녀를 가로로 안았다.
성유리는 순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쿵쾅거렸다.
“박 대표님, 이러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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