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림을 재운 후, 성유리와 진미연은 발코니에서 술을 마셨다.
여름 밤바람이 불어와 성유리의 귀밑머리를 스쳤다.
진미연이 휴대폰을 꺼냈을 때 갑자기 메시지가 한 통 왔다.
메시지를 본 진미연은 순간 멈칫했다.
“박철용 할아버지 입원하셨대! 알고 있었어?”
이 말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유리는 정말로 몰랐다.
진미연이 휴대폰을 건네자 성유리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 내용을 확인했다.
박철용이 어젯밤 갑작스러운 흉부 통증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긴급 치료를 받은 후 상태가 일시적으로 안정되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입원 중이었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박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박지훈이 말하지 않은 건 이해가 갔다.
어차피 두 사람 사이가 아주 가깝진 않으니까...
하지만 박진우와 진은주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들도 그녀를 가족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문병 갈 거야?”
갑작스럽게 들리는 진미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성유리는 고개를 돌린 순간 호기심 가득한 진미연과 시선이 마주쳤다.
성유리는 한의학에 매우 능통했다. 이 모든 건 그녀의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국학 대가일 뿐만 아니라 의술도 매우 뛰어났다.
성유리는 7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약초를 배웠고 특히 약초와 침술 분야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박철용의 건강 상태를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성유리는 이전에 그를 위해 침을 놔준 적도 있었다.
휴대폰을 쥐고 있는 박지훈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운전석을 바라보며 한마디 물었다.
“‘채운’이라는 여자 한의사인데 이분의 스승님이 대단한 분이셨지만 세상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오래전에 은퇴하셨거나 돌아가셨을 거예요. ‘채운’이라는 제자만 남긴 모양이에요.”
“그럼 그 여자 찾아내.”
“하지만 ‘채운’이라는 한의사 역시 3년 전부터 행방이 묘연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소식을 모르고 있어요. 마치 ‘하성’ 옥기 대가처럼...”
똑같이 3년, 똑같이 행방불명.
박지훈은 문득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기가 찾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린 걸까?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있는 박지훈을 바라본 정영준은 그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워진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찾을 방법이 없는데 왜 내게 말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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