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목소리는 복도에 울릴 정도로 컸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다 들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눈빛 속에 섞인 불만과 분노는 성유리에게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이쯤 되자 주치의도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10분만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망설이던 얼굴에 단호함이 자리 잡았고 성유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얕게 입꼬리를 올렸다.
‘돈 앞에서는 다 무의미하다는 말... 틀린 게 하나도 없네.’
그녀는 조용히 옆으로 물러서며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남은 시간은 8분... 이제 곧 끝날 거야.’
그 사이 박지훈은 전화를 받기 위해 복도 끝으로 걸어가 있었다.
성유리는 그의 뒷모습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요즘 들어 그와 엮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자주 마주치고 대화하고 그가 신경 쓰이는 자신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생각에 잠긴 사이...
복도 한쪽 벤치에 앉아 있던 박진우는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박지훈에게로 향해 있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박진우는 무심결에 주먹을 꽉 쥐어졌고 일어서려던 찰나 손목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진우 씨.”
“왜 그래?”
양아현이 그의 팔을 살짝 붙들었다.
“어지러워요... 머리가 좀 띵해요.”
“뭐라고?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
박진우의 얼굴이 굳어지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좀 불편하네요.”
양아현의 여린 목소리에 멀리서 지켜보던 성유리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여전히 통화 중이던 박지훈 역시 그 시점을 감지했다.
박지훈이 뒤돌아봤을 땐 이미 병실로 모두 들어간 뒤였고 그는 급히 전화를 끊고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병실 안.
성유리가 들어서자 박철용 회장은 문 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움직이지 마세요. 할아버지, 지금 침 뽑아드릴게요.”
그녀는 부드럽게 다가가 할아버지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래.”
박철용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야, 느낌이 훨씬 좋아졌어. 가슴이 덜 답답해.”
“그렇죠? 제가 봐도 아주 좋아지셨어요.”
성유리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고 곧 침 하나하나를 정성껏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침을 뽑는 순간 박지훈이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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