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 채로 잠시 멈춰 섰다.
박지훈이 직접 전화를 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별일 아니면 그가 이렇게까지 계속 전화를 걸 이유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박 대표님...”
“할아버지께서 다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셨어. 지금 혹시 시간 괜찮아?”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성유리는 벌떡 일어나 약상자와 침을 챙기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진미연에게 말했다.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겼어. 오늘 밤은 집에 못 들어올 수도 있어. 아림이 부탁할게.”
“무슨 일이야?”
진미연은 뒤따라오며 물었고 그녀의 표정에는 걱정과 궁금증이 엿보였다.
“혹시 또 박 회장님 상태가 안 좋아진 거야?”
“응.”
성유리는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렸다.
“나 먼저 갈게.”
“조심해서 다녀와.”
문이 닫히며 성유리의 뒷모습이 사라졌고 동시에 집 안은 조용해졌다.
성유리가 박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8시가 넘어 있었다.
저택 전체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긴장된 얼굴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유리 씨, 드디어 오셨군요.”
집사장이 급히 뛰어나와 약상자를 들고 들어가는 성유리를 맞이했다.
“회장님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
‘언제 저렇게 가까워진 거지?’
“한 사람만 남고 나머진 다 나가 주세요. 누군가 회장님을 붙잡아 주셔야 하니까요.”
성유리는 담담하게 말하자 박진우가 서둘러 나섰다.
“내가 남을게. 어차피 우리 둘은 부부니까 내가 도와주는 게 제일 자연스럽지.”
그러나 그가 침대 쪽으로 다가서기도 전에 옆에 서 있던 박지훈이 그를 막아섰다.
“넌 나가 있어. 내가 남을 거야.”
박지훈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고 단 한치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단정함이 배어 있었다.
“작은아버지, 그래도 내가 성유리의 남편이잖아요. 내가 도와야...”
“진우야, 빨리 나와.”
박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은주가 방 안으로 들어와 그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그렇게 강제로 방에서 끌려 나갔고 남아 있던 집사도 박지훈의 싸늘한 기운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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