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엄마가 오는 게 싫어? 아현 이모가 오는 게 더 좋아?”
박진우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박강훈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엄마는 오면 창피하단 말이에요. 근데 아현 이모는 달라요. 아현 이모는 영화배우고 상도 받은 사람이잖아요. 졸업식에 오면 친구들이 엄청나게 부러워할 거예요...”
박진우는 잠시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는 모두 성유리의 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성유리는 옷을 고르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는 진작에 다 알고 있었다.
박강훈의 생각은 곧 박진우의 생각이었다.
성유리는 예전 일들이 떠오를수록 웃음만 나올 지경이었다.
박강훈의 나이로는 아직 어린데 벌써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걸 고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는 아버지도 똑같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박진우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니까.
간단히 준비를 마친 성유리는 위층으로 올라가 박철용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몸 상태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 보고는 의료 가방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아래층엔 박지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마당에도 그의 차는 없었다.
아마 이미 먼저 나간 듯했다.
박진우와 박강훈 역시 먼저 떠난 상태였다.
“성유리 씨.”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엔 정영준이 서 있었다.
그를 이곳에서 마주한 성유리는 잠시 멍해졌다.
도중에 정영준은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곧 하성이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그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중앙 룸미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정영준은 전화를 받으며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네. 대표님, 번호는 하성 씨 것이 맞습니다. 그건 제가 인계받은 쪽에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어제 전화를 못 받았던 건 아마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일단 성유리 씨를 모셔다드리고 시간 되면 다시 전화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성유리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서브 번호를 비행기 모드로 바꿨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벨이 울리기라도 하면 아무래도 설명하기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영준은 통화를 마친 후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차는 어느새 산에서 내려와 도로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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