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림은 눈앞의 사람들 특히 박진우의 불쾌한 얼굴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곧 성유리의 뒤에 숨어버렸고 눈빛엔 불안이 가득 번졌다.
그런 아이의 반응에 성유리는 박진우의 물음에 대답하기보다 먼저 조용히 송아림을 다독였다.
“무서워하지 마. 아림아, 이모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널 다치게 못 해.”
박강훈은 성유리가 자신 말고 다른 아이의 머리를 그렇게 다정하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엄마가 자기 외에 다른 아이에게 저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건 처음이었고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소용돌이쳤다.
그래서 박강훈은 갑자기 소리쳤다.
“엄마, 아빠가 말 걸었잖아요. 왜 대답 안 해요?”
“뭐라고 했는데? 난 왜 듣지 못했지?”
성유리는 박강훈의 소리에 시선을 박진우에게 돌렸지만 송아림의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아빠가 묻잖아요. 저 여자애가 누군데요? 왜 손잡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거죠?”
박강훈은 짜증 섞인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따져 물었다.
성유리가 무언가 답하려던 찰나 먼저 말을 던진 쪽은 박진우였다.
“그래서 그렇게 이혼을 서두르는 거였구나. 이미 새로운 남자라도 있는 거야?”
그 말에 성유리의 이마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송아림 때문에 그가 오해한 것 같았다.
“진우 씨, 흥분하지 말고... 성유리 씨 얘기 먼저 들어보자.”
옆에 있던 양아현이 그의 소매를 잡으며 조용히 타일렀다.
대답이 없는 그녀에게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예전엔 나한테도 우리 집안에도 항상 조심스럽고 다정했잖아. 지금은 무슨 말만 하면 쏘아붙이고 눈빛부터 날카롭고... 도대체 누가 널 그렇게 바꿔놨어?”
...
성유리는 입꼬리를 천천히 비틀며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그래. 이 남자는 아직도 모르고 있네. 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글쎄요... 양심을 개한테 줘버렸더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성유리의 말투는 담담했고 표정 하나 흔들림 없었다.
“성유리 씨, 아무리 그래도 진우 씨한테 그렇게 말하면 너무 냉정해요. 제가 옆에서 듣기에도 속상하네요...”
양아현은 어딘가 가련한 말투로 부드럽게 말했고 성유리는 그 말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송아림의 손을 끌고 교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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