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도 끝나는 날이 있는 법이었다.
1월 말의 어느 날, 갑자기 상사에게서 수간호사가 된 걸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가인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너무 즐거워서 수간호사가 되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덤덤했다.
정승진은 매우 기뻐했다. 그녀를 찾아온 그는 일부러 이가인을 이 선생님이 아니라 수간호사님이라고 불렀다.
이가인은 곁에 다른 사람이 없는데도 그의 장난에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제대로 공지가 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부르지 마.”
정승진이 말했다.
“나 방금 과장님 사무실에서 왔어. 내일 공지한대. 과장님이 자기 대신 축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했어.”
이가인은 말을 전하는 게 익숙해졌다. 다들 그녀와 정승진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가인이 말했다.
“아직 절차가 다 진행된 건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면 안 돼. 사람들이 내 어깨가 하늘까지 치솟았다고 뭐라고 할 거야.”
정승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다른 사람은 미리 축하해줄 수 있는데 난 안 돼?”
이가인은 일부러 단호한 척 말했다.
“응, 안 돼.”
“왜?”
“넌 가족이니까.”
정승진이 대꾸했다.
“승진한 건 넌데 나까지 우쭐해질까 봐?”
이가인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승진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신경 쓰지 마. 기쁜 일이잖아. 아닌 척할수록 사람들은 우리가 아닌 척한다고 뭐라고 할 거야.”
이가인은 정승진을 말로 이길 수가 없었다. 정승진은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가인은 정승진이 이 정도로 솔직할 줄은 몰랐다. 다음날 그녀가 수간호사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간호사들끼리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 논의하기도 전에 의사가 찾아와서 이가인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이가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간호사님. 유리안에서 축하 파티를 할 거라면서요? 정 교수님께서 가족들까지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제 여자 친구가 유리안을 꼭 가보고 싶어 했거든요. 유리안은 적어도 한 달 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평소엔 가볼 기회가 없거든요.”
정승진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수간호사님, 예전이랑 똑같으시네요.”
“무슨 뜻이야?”
“욕을 아주 우아하게 한단 뜻이야.”
이가인은 눈을 흘겼다.
“아니야...”
정승진이 말했다.
“네가 나한테 조용히 있으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산 거라고 일부러 얘기 안 한 거야. 너 이러면 나 바로 사람들에게 내일 내가 밥을 사는 거라고 말할 거야.”
이가인이 해명하려고 하자 정승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목을 감싸면서 내친김에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
“넌 말이 너무 많아.”
두 사람은 오늘 운전하지 않았다. 그들은 병원 입구로 걸어갔고, 가는 길에 이가인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박 교수님.”
박희원은 찰싹 달라붙어 있는 정승진과 이가인을 바라보았다. 이가인도 박희원 곁의 키가 크고 혼혈처럼 생긴 예쁜 여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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