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 전처가 후회했다 นิยาย บท 625

“잘못 본 거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얼른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자.”

장기훈은 엄준성에게 짜증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이때 옆에서 계속 말이 없던 긴 얼굴의 대원이 갑자기 말했다.

“천후 님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뛰어난 남자야. 예리 누나가 평소에 차가웠던 건 단지 누나의 운명을 바꿀 왕자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지. 어쩌면 천후 님이 그 사람일지도 몰라. 두 사람 잘 어울리잖아.”

그러자 장기훈과 엄준성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천후의 등에 업힌 조예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산이 그녀 앞을 가로막고 있어 어떤 위험이 닥쳐도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천후 씨, 혹시 저를 쉬운 여자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조예리는 갑자기 불안한 듯 물었다.

이천후는 멈칫했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나는 예리 씨처럼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좋아요. 지나치게 꾸며대는 여자는 별로예요.”

조예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몇 초간 침묵했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천후 씨, 사실 저는 이런 안도감을 느껴본 지 정말 오래됐어요. 예전에 아빠가 저를 업어주실 때만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그런데 제가 열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 성격이 차가워졌어요. 특히 남자들에게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생기더라고요. 많은 남자들이 저를 쫓아다녔어요. 유성국 대장님도 자주 저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저는 다 거절했어요. 그 사람들과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말을 들은 이천후는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유성국이 조예리를 쫓아다녔었다고?’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천후 씨에게서는 세속적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그건 제가 늘 꿈꿔왔던 감정이에요. 천후 씨를 대할 때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부감이 생기지 않아요. 아마도 전 천후 씨가 생각하는 그런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조예리는 말을 마치고 나서 이천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이천후가 자신의 성격을 싫어하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이천후는 조예리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그녀가 자신의 자유로움에 끌리는 것은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는 수행을 통해 세속을 초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조예리 역시 선천적 수련 자질을 지녔고 수련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뜻했다.

지구에는 많은 수도자가 있지만 대부분 수도자가 무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는 선도를 찾기가 어려워서이고 둘째로 선천적 수련 자질을 지닌 사람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천후는 조예리를 새롭게 평가하게 되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예리 씨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가장 멋진 삶이 될 거예요.”

조예리가 이천후의 말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려 할 때 이천후가 갑자기 물었다.

“유성국이 예리 씨를 쫓아다녔었어요?”

조예리는 당황했다. 이천후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2년 동안 저를 쫓아다녔지만 저는 한 번도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준 적이 없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침묵에 빠졌다.

잠시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조예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통신 장비가 폭파돼서 이제 대장님과 연락이 안 돼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사람들은 무사할 거예요!”

이천후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네? 천후 씨,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이번 매복은 적들이 철저히 준비한 것이고 분명 내부에 스파이가 있었을 거예요. 대장님 쪽도 분명 위험할 거라고 생각해요.”

조예리가 말했다.

“예리 씨는 아직 인간이 얼마나 악랄한지 모르는군요. 과연 스파이가 있었을까요? 대원 중 누군가가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천후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예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아무 의미도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만 조언해줄게요. 유성국을 조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