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점심 무렵, 권해솔은 내일 보게 될 교수님의 선물을 사러 갔다. 감사했던 교수님들이라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녀가 제일 존경하고 좋아했던 교수님은 이정원 교수님이었다.
권해솔은 우아하고 품격이 절로 흐르는 교수님께 스카프를 선물해주기 위해 스카프 매장으로 왔다.
“저쪽에 걸린 스카프 좀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손님.”
권해솔의 담당 직원은 스카프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손님께서 고르신 해당 스카프는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또 직접 제작과정에 참여한...”
직원의 소개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푸하하, 그렇게 설명해도 얘는 몰라요.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한테나 해야지.”
권해솔은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소개는 됐어요. 포장해주세요.”
담당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권해솔이 고른 스카프는 6백만 원짜리의 비싼 스카프였다. 아마 그녀 자신을 위한 선물이었으면 절대 이런 비싼 스카프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제일 존경하는 교수님께 드리는 선물이었기에 6백만 원이라는 거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담당 직원이 스카프를 포장하기 위해 뒤로 돌아서자 권설아가 얼굴을 사정없이 구기며 직원에게 외쳤다.
“이봐요, 귀먹었어요? 그쪽이요, 그쪽!”
직원은 그녀의 말에 2초간 벙쪄 있다가 얼른 손에 든 스카프를 내려놓고 권설아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필요하신 상품이 있으십니까? 그런 거면 다른 직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 매장은 손님 한 명당 담당 직원이 꼭 한 명은 붙어 있어야 하는 게 규정이라서요.”
브랜드 매장 직원이라 그런지 권설아 같은 진상 고객에게도 아주 친절하게 대응했다.
“아니요. 나는 딱 그쪽이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스카프 6백만 원이라고 했죠? 내가 사는 물건은 그것보다 훨씬 더 비쌀 거예요.”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 스카프가 바닥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그만 밟아버렸네?”
권설아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매장 내부를 활보했다.
“손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서는 품질 문제가 아닌 이상 교환이나 반품은 불가합니다.”
매장 매니저가 권해솔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지만 권해솔은 화를 내기는커녕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직 결제하기 전이니 엄밀히 따지면 제 물건은 아니죠. 이런 경우에는 더럽힌 사람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저는 새것으로 가져다주세요.”
매니저는 일리 있는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해당 스카프는 바닥에 떨어진 게 마지막 상품이었어요. 아니면 다른 스타일은 어떠세요?”
매니저는 말을 하며 옆에 있는 직원에게 권설아를 잡고 있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만약 권설아가 돈을 못 내겠다고 하면 6백만 원은 매장 직원들이 메꿔 넣어야 했다. 월급쟁이인 그들이 월급 전체를 이런 데 쓰려고 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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