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재이를 닮은 모습뿐이었지만 그래도 강재하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걱정 마세요. 우리 대표님은 하루 스케줄이 꽉 차 있거든요. 부업이 잘된다 한들 회사 수익을 따라오긴 힘들죠.”
손세준은 옆에서 대놓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강성 그룹은 몇십억 원대의 거래가 기본이었고 그것도 거의 다 상대방이 거래를 간청하는 입장이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이 하고 있는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의 수익은 그저 티끌 같았다.
“일이라는 게 꼭 돈을 많이 벌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고요.”
강재하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완벽했다. 모난 데 하나 없이 부드럽고 단단했다.
그리고 이건 권해솔이 그에게 들은 말 중 가장 긴 대화였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그만 강 대표님 시간 뺏지 않을게요.”
강재하에겐 권해솔과 수다를 떠느니 거래 몇 건을 성사시키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다.
“손 비서, 요즘 우리 회사에서도 채용 중 아니었나?”
강재하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묻자 손세준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장 눈을 번뜩였다.
“맞아요! 최근... 최근에 생활 비서를 뽑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두 사람의 접점을 만들 명분을 찾아낸 그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 말에 권해솔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생활 비서요? 설마 귀사에... 혼자선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이 계세요?”
그녀의 말에 강재하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손세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누가 제발 우리 대표님한테 연애하는 법 좀 알려줘.’
손세준은 울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애써 태연하게 에둘러 말했다.
“다른 직무도 많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나중에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권해솔도 그 제안에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기회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렇게 둘은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그걸 지켜보던 강재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예전에 얼마나 힘들게 핑계를 대며 번호를 얻었던가.
“대표님, 지금 삭제하면 늦었을까요?”
“늦었어.”
그 시각, 택시 안의 권해솔은 몇 번이나 재채기를 연달아 하고 있었다.
‘감기 걸린 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감기약을 타서 마신 후, 침대에 눕자 권해솔은 금세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창밖에선 밤바람이 나뭇잎이 휘날렸고 마치 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함께 춤추듯 회전하며 날아올랐다.
다음 날 아침.
권해솔은 목이 바짝 타는 갈증에 눈을 떴다.
따뜻한 물 한 잔을 꿀꺽 마신 후에야 비로소 머리가 맑아졌다.
휴대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 15통, 메시지 80개가 와 있었다.
권해솔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나... 어젯밤에 무슨 대형 사고라도 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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