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후, 권해솔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역시 고민재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어차피 강재하의 여자관계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기양도 실험실을 떠났다.
마침 그 순간, 강재하도 그녀가 택시에 오르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실험실에 온 이유, 저 때문 아니었어요?”
성서리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보지 못한 듯했다.
“우린 지금까지 두 번밖에 본 적 없어요.”
강재하의 말투엔 차가움이 그대로 배어 있었고 표정 역시 한 치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서리는 그런 그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세 번째예요. 앞으로는 더 자주 보게 될 테니까요.”
사실 그녀의 능력으로 본사에 남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실험실로 내려온 건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강재하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성서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그대로 본사 건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언젠가는 내 진심을 알게 될 거야.”
성서리는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중얼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가 돌아서자 그제야 원장이 다가와 웃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와, 성서리 씨. 강 대표님과 아는 사이였군요. 마침 잘됐네요. 여기 더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는 얼마 전 부임한 신임 원장이었고 머리숱은 적은 데 비해 아부는 넘쳤다.
그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들게 했지만 어차피 목적은 이미 달성했기에 성서리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강성 그룹 본사 건물 내 한 사무실.
그 말에 권해솔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네 생각엔 나는 어떤 남자랑 어울려?”
사실 그녀는 7년을 함께했던 사람의 마음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지금 누군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나 어때?”
고민재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권해솔은 망설임 없이 양꼬치 하나를 그의 입에 밀어 넣었다.
“저기 바로 옆이 병원이던데 혹시 뇌과라도 들러볼래?”
둘은 오래된 친구였기에 권해솔은 뜬금없는 그의 말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어이없기도 했다.
고민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됐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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