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너처럼 아무것도 안 바라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의욕 없는 사람으로 보일걸.”
권해솔은 살짝 입꼬리를 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꼭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만 니콜이 제시하는 문제 앞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은 늘 그와 반대였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틀린 걸까? 아니면 애초에 내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된 걸까?’
밤이 깊어졌지만 권해솔은 침대에 누워서도 뒤척이기만 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짜증이 난 그녀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갑판으로 향했다.
밤바다의 바람은 더 차가웠지만 다행히 외투를 걸치고 나왔기에 크게 춥진 않았다.
“권해솔 씨도 잠이 안 오십니까?”
어두운 갑판 끝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자기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권해솔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물러섰고 즉시 휴대폰 손전등을 켜 낯선 그림자를 비췄다.
그림자의 존재는 바로 강재하였다.
그제야 권해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긴장이 조금 풀렸다.
“지난번엔 제가 좀 무례했습니다. 근데 그날 밤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강재하의 말에 권해솔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곧 어깨에 힘이 풀리며 생각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강 대표님,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게 재밌으세요?”
권해솔의 말투는 단호했지만 강재하는 애초에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도 틀린 말은 안 했습니다. 당신이 토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것도 방 전체에.”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권해솔은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강재하가 분명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딱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은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자신이 너무 이른 상상을 했었다는 사실에 권해솔은 창피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행히 주위는 어두웠기에 그녀의 표정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어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니콜의 진심 어린 반응에 권해솔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두가 자신을 비웃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권해솔 씨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시다면 앞으로 나와서 직접 설명해 보는 게 어때요?”
니콜의 제언에 강당 안의 모든 시선이 모조리 권해솔에게 쏠렸다.
당당하게 강당으로 걸어나서는 권해솔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은 권설아였다.
그녀는 혼잣말로 권해솔을 욕하다 그녀가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순간, 한쪽 발을 쓱 내밀었다.
‘흥, 내 발에 걸려서 넘어져 버려라!’
그러나 권해솔은 권설아의 ‘음모’를 미리 눈치를 채고 있었던지 가볍게 피해버렸다.
결국 그녀는 아무런 방해 없이 무대 앞으로 나설 수 있었다.
무대 위에 서자 그동안 마음속을 짓누르던 불안과 두려움은 밝은 조명 아래에서 완전히 씻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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