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강 대표님과는 상관없어. 다 나 때문이야.”
그때 문틈에 무언가를 끼워뒀더라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일은 없었을 거고 둘이 안에서 그렇게 얼어붙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권해솔의 설득 끝에 고민재는 그제야 자리를 떴다.
“강 대표님께서 굳이 여기 남아 계신 건... 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인가요?”
권해솔은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됐다. 그 기대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아주 작은 감정 하나도 점점 크게 부풀어 오르는 중이었다.
그제야 강재하는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말문을 열 수 있었지만 막상 입을 떼려다 또 하려던 말을 돌리고 말았다.
“저랑 강현수 일에 대해선... 사실 그 배 안엔 CCTV가 있었습니다. 권해솔 씨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였고 니콜 씨가 그 영상을 전부 제게 넘겼습니다. 지금 그 자료들을 당신에게 드리려 해요.”
즉, 지금 강현수의 생사와 운명은 전부 권해솔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었다.
“왜 그걸 저한테 주시는 거죠?”
권해솔은 의아했다. 강현수는 어디까지나 강씨 가문의 사람이고 심지어 그날 싸울 때도 강재하는 한 번도 반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토록 결정적인 증거를 왜 자신에게 맡기는 걸까?
“권해솔 씨가 이번 일 때문에든, 아니면 그 잃어버린 7년에 대한 보복이든, 어떤 이유로 강현수에게 벌을 주려 한다면... 전 도울 겁니다.”
강재하는 사실상 그녀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었다. 그리고 만약 강현수가 정말 구속된다면 적어도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출소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권설아 역시 그렇게 되면 명문가에 시집갈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하지만 권해솔은 예상과 다른 대답을 내뱉었다.
“일단 이 자료는 갖고 계세요. 전 그 사람을 평생 감옥에 가두고 싶진 않으니까.”
그건 오히려 너무 관대한 처사였다. 이번 일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듯 강현수는 단 한 번도 타인의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맞다. 그런데 그날... 그 사람들이 저희를 어떻게 찾았던 거죠?”
그제야 강재하가 그날 일에 대해 설명했다.
“제 비서 손세준이 제가 사라진 걸 눈치채고 사람들을 데리고 배로 돌아왔습니다. 고민재가 당신한테 전화했을 때,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위치를 따라 찾아낸 거고요.”
그 말을 들은 권해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잇지 않았다.
“제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대체... 왜 강현수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는 거죠?”
“당연히 있죠.”
강재하는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았지만 대성한 남자가 이미 연애도 몇 번 해봤을 테고 결혼 적령기도 된 나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주제 하나에 머쓱해할 리가 없었다.
권해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강재하는 권해솔의 표정 속에서 왠지 모를 불쾌한 감정을 읽은 듯했다.
고민재가 돌아오자 그는 바로 방에서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제야 자리를 떴다.
그제야 권해솔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역시 다른 사람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네. 강 대표님은 정말...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권해솔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술을 닦았다.
닦고 또 닦다 보니 어느새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날 정도였지만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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