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고민재는 조심스럽게 권해솔의 상처를 소독해주며 정성스레 치료해 줬다.
그 덕에 두 사람의 거리는 꽤 가까워졌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권해솔은 문득 궁금해졌다.
“너 말이야... 여자 친구도 안 사귀고 매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실험만 하다가 나중에 진짜 평생 혼자 살게 되면 어떡할 거야? 나 원망할 거야?”
“걱정 마. 나중에 날 돌봐줄 사람 없으면 그냥 너한테 눌러 붙을 거니까.”
고민재는 장난처럼 말을 돌렸지만 권해솔은 진지하게 그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말해봐. 너 어떤 스타일 좋아해? 맨날 내 옆에만 붙어있는 것도 좀 그렇잖아.”
권해솔은 밥을 먹으며 무심히 묻는 척했지만 은근히 신경 쓰였다.
“됐거든. 너 몸도 아직 이런데 벌써 중매나 하려고?”
사실 고민재의 마음속엔 늘 한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는 이번 생에 가능성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평생 혼자 살지언정 대충 아무와 억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 걱정할 시간 있으면 너나 좀 챙겨. 너야말로 실험실에만 틀어박혀서 세상하고 단절된 수준이잖아.”
고민재는 권해솔을 진심으로 친구라 생각했기에 그녀가 더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그런데 갑자기 권해솔이 허리를 쭉 펴며 물었다.
“그럼 너는... 강재하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강재하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권해솔은 자신과 그 사람 사이의 격차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재벌 가문이자 수백억 자산을 가진 사람과 평범한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맞지 않는 조합이었다.
“아무나 다 괜찮아. 근데 강재하 그 사람은 안 돼.”
고민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권해솔은 배낭을 멘 채 항구의 정자 앞에 서 있었고 저 멀리 천천히 다가오는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배는 전보다 훨씬 크고 호화로워 보였다.
“권해솔 씨? 그리고 강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니콜은 학회에서 봤던 정장 차림과는 전혀 다른 캐주얼한 복장으로 나타났고 그 모습에 권해솔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번에 제가 해성시로 돌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강 대표님과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니콜의 말에 권해솔은 뒤늦게 떠올렸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강재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권해솔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걸 바라보던 고민재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손세준이 몰래 따라다니며 정보를 캐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권해솔이 뭘 원하는지 전혀 몰랐을 테니 말이다.
두 사람은 다정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서히 항구에 정박해 오는 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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