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그제야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제 환자에게 책임이 있으니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주다인이 건넨 위임장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주다인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해심 어린 마음으로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의사는 돌아와 주다인을 바라보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방금 확인해 보니, 위임장은 정식 문서가 맞습니다. 이제 나은이의 상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은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현재 심장이 더는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병원에는 이식이 가능한 심장 기증자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다인은 턱수염 남자가 왜 그렇게 절망했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선천성 심장병은 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엄청난 비용만으로도 사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지금 이 병원은 기증자 수급도 어려울 뿐 아니라 수술을 감당할 전문 외과의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장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현재 나은이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해 여러 합병증이 우려됩니다. 증상 중 하나라도 악화된다면 생명에 직결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식하지 않으면...”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목이 메었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의사였지만 이 작은 아이의 죽음을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땐 정말 희망이 사라집니다.”
주다인의 표정은 차분하고 단단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은이의 치료는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 말에 의사는 순간 고개를 들어 놀란 눈빛으로 주다인을 바라봤다
주다인은 계속해서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다. 의사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그녀가 언급한 구체적인 치료 방향과 사례들을 듣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그녀가 자신이 개발한 실험 치료 명칭을 말했을 때, 그는 그제야 머리를 탁 쳤다.
“아! 기억났어요!”
3년간 병원에 몸담으며 그녀는 자신의 삶조차 잃어버릴 만큼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실력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시 의사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구 선생님, 나은이는 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몇 가지 치료 계획이 있습니다.”
그 확신에 찬 목소리에 의사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는 나은의 병을 두고 오래도록 고민해 왔고 퇴근 후에도 수없이 교과서를 펼쳐보며 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그 답을 손에 쥐고 있는 듯했다.
해답에 갈증을 느끼던 그가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주 선생님... 그 치료 계획,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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