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와 함께 뒷정리를 마친 고인성은 업무를 보러 서재로 향했고 할 일이 없어진 송유리는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봤다.
너무 여유로워서 조급해지려던 찰나, 문자 한 통을 받게 된 송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입금 알림
일시:12-28 21:32
입금액:2,000,000원
잔액:2,646,836원]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입금된 걸 확인한 송유리는 그간의 노력이 전부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에 감격스러워서 눈물까지 흘릴뻔했다.
그녀는 잔뜩 흥분한 채로 고인성에 문자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장미 모양 이모티콘을 연달아 세 개나 보냈지만 그 정도로 송유리의 심정을 다 표현할 수는 없었다.
송유리에게 고인성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차마 바라볼 수도 없는 신이었다.
이런 게 바로 돈의 힘이었다.
[명서원이 보낸 돈 받았어?]
[네, 사장님!]
입이 귀에 걸린 송유리는 또 세 개의 장미 이모티콘을 보냈다.
[한집에 사는 사이인데 감사 인사를 문자로 하는 거야? 성의 없어 보이는데?]
[지금 바로 갑니다!]
10분 뒤, 송유리는 잘 깎은 과일을 들고 서재로 뛰어갔다.
“사장님, 과일 드실래요?”
간드러지는 그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떤 고인성은 순간 집에 귀신이라도 든 건가 싶었다.
곧이어 송유리가 서재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어 입꼬리를 잔뜩 올려 웃어 보였다.
“드실래요?”
“엄청 단데, 진짜 맛있어요!”
점점 더 얇아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은 고인성은 이마에 힘을 팍 주며 말했다.
“제대로 말할 순 없는 거야?”
“당연히 가능하죠! 제대로 말할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송유리는 눈을 예쁘게 접어 웃어 보였다.
“그래서 과일 안 먹을 거예요?”
고인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 자꾸 사장님이라고 할 거야?”
“그냥 이름 부르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인성이라고 불러.”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어버린 걸 어떡해요...”
“한 번만 더 부르면 월급 차감할 거야.”
“알겠어요.”
자신의 월급이 적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송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돈이 걸려있으니 주의할 수밖에 없었다.
“가서 자.”
“네, 사...”
무의식적으로 사장이라고 부르려던 송유리는 급하게 입을 틀어막다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여보도 잘 자요!”
서류를 넘기던 고인성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흔들리는 동공으로 멀어져가는 송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여보라고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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