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 역시 자신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일어난 일이 워낙 황당해서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송유리가 입을 다물고 있자 황이진은 소파에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못살게 굴어서 집 나온 거야? 갈 데 없어서 여기로 온 거고?”
“네?”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하느라 송유리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자 황이진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 줄 알고 물었다.
“진짜야? 설마 너 때리기라도 했어? 어디 맞았는데! 내가 사람 시켜서 죽도록 패줄게.”
송유리가 괴롭힘당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었기에 황이진은 벌써부터 욕을 내뱉고 있었다.
“아니에요. 우리 사이좋아요. 나 때리고 그럴 사람도 아니고요.”
“넌 연애만 했다 하면 뭐든 다 괜찮은 애잖아.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어? 두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송유리의 몸을 아래 우로 훑던 황이진은 이내 그녀의 발에 난 상처를 발견했다.
“너 발은 또 왜 이래?”
“별거 아닌데...”
송유리가 상처를 가리려 들자 황이진은 다급히 그녀를 소파 위에 앉혔다.
생각보다 센 힘에 송유리가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 황이진은 서둘러 그녀의 바지를 걷어 올렸다.
어디에 긁힌 것 같은데 제대로 처치를 하지 않아 피가 덩어리 채로 맺혀있었다.
“피 나잖아! 그 새끼 지금 어딨어?! 내가 가서 죽여놓을 거야.”
피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소리치는 황이진에 송유리는 그녀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주호진이 직접 마음을 표시하면 황이진이 더 좋아할 것 같아서 그와의 만남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했던 건데 불같은 그녀의 성격 때문에 송유리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차피 공개하는 김에 송유리는 이정아가 황이진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 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뭐야, 왜 대답을 못 해?”
송유리가 답하기를 망설이자 황이진이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속삭였다.
“진짜 재벌이야?”
“말하기가 조금...”
송유리가 이렇게 망설이는 건 황이진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그럼 그냥 붙잡고 있어. 가난한 놈이나 못생긴 놈보다는 돈 있는 놈이 나아. 적어도 재벌 집 사모님은 될 수 있는 거잖아.”
“알겠어요.”
시답잖은 말을 하면서도 송유리의 상처를 신경 쓰고 있던 황이진은 곧바로 구급상자를 가져와 그녀의 발에 약을 발라주었다.
물론 약을 바르면서도 욕하는 건 빼먹지 않는 황이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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