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20분쯤 흘렀을 때 마침 회색 마세라티 한 대가 송유리 앞에 멈춰 섰다.
처음 보는 차에 놀라고 있을 때 창문이 내려지더니 익숙하지만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 송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타.”
웬일로 직접 운전하고 온 게 신기하긴 했지만 송유리는 망설임 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고인성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타는 건 빠르네.”
“당연하죠, 얼어 죽을 뻔했는데.”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네.”
“왜 안에 안 있고?”
“거기 있다가 또 잡혀가서 야근하면 어떡해요?”
“똑똑하네.”
고인성은 말을 하며 히터의 온도를 높여줬다.
물론 오늘 같은 날씨에 이렇게 높은 온도로 히터를 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덥다고 느끼겠지만 밖에서 추위에 떨다 들어온 송유리에게는 다 적당한 온도였다.
“저번에 갔던 데 갈 거야?”
“아니요. 오늘은 다른 데 갈래요.”
송유리가 고인성을 데리고 간 곳은 새벽 3시에 문을 닫는 훠궈집이었는데 그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는 이미 두 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3시에 영업 종료라고 시간 주의해달라고 재차 말하는 직원도 이해가 되긴 했지만 고인성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듯 당장이라도 돈을 뿌릴 것 같은 눈으로 직원을 바라봤다.
그의 심기가 불편해졌음을 눈치챈 송유리는 다급히 그를 말리며 직원의 말에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한 시간이면 충분해요.”
“태블릿으로 주문하시면 돼요. 사람이 없어서 음식은 빨리 나갈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정상적인 교류에도 화를 내는 고인성이 송유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유리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걸 아까부터 보고 있던 고인성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게 비싼 거냐는 질문을 했다.
그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라 막 시킨 건데 입술을 말아 물며 난처해하는 송유리에 고인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살게 그럼.”
“그건 안되죠! 내가 사기로 한 건데.”
“많은 것 같으면 몇 개 지워.”
“아니에요. 먹고 싶은 건 먹어야죠. 이대로 시킬게요.”
오늘만 살겠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문을 하는 송유리에 고인성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인성은 원래 이런 푼돈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20만 원 조금 넘는 돈에도 마음 아파하는 송유리를 보니 이제 그만 시켜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귀여운 아이를 굶어 죽게 할 순 없으니 말이다.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 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훠궈가 그들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야심한 밤에 훠궈를 먹는 게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고인성도 같이 살찌는 거라고 생각하니 그런 기분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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