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오늘은 돈까지 썼으니 송유리는 이미 제대로 먹을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그렇게 그녀가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고인성이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배 별로 안 고프다며?”
“...”
아까 댔던 핑계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자 난감해진 송유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젠 진짜 안 고파요. 난 다 먹었으니까 인성 씨도 먹어요.”
고인성은 그런 송유리가 웃긴지 미소를 지은 채 대꾸했다.
“난 배불러.”
“그럼 남은 건 어떡해요? 안 먹을 거예요?”
“응, 난 그만 먹을래.”
“그건 낭비죠!”
“그럼...”
“그럼 내가 대신 먹어줄게요.”
안 그래도 남은 건 다 먹으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송유리는 고인성이 말을 내뱉기도 전에 이미 음식들을 본인 쪽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고인성은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밥을 먹는 송유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야식에 20만 원을 쓴 송유리는 마음이 아파 잘 때도 한동안은 웃지 못할 것 같았다.
돈을 썼으니 그 값을 해야 했기에 차에 올라탄 그녀는 고인성을 보며 물었다.
“지금은 나 도와줄 수 있어요?”
“아니.”
“야식도 사줬잖아요!”
“야식 정도면 그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그 말에 조급해 난 송유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물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날 도와줄 거예요?”
“그건 네가 생각해내야지.”
“그럼 방향이라도 알려주면 안 돼요? 생각나는 게 없어요.”
“방향?”
“왜 안돼?”
“훠궈 먹을 때 마늘도 같이 먹었어요.”
“...”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고인성은 차가운 눈으로 정말 억울해 보이는 송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마침내 고인성의 입이 열렸다.
“나 담배 피우고 올게.”
차에서 내린 고인성은 길가에 심어진 큰 나무에 기대어 하얀 연기를 뱉어냈다.
아무도 없는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의 고인성은 유독 차가워 보였고 무기력해 보였다.
그 시각, 송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까 마늘을 먹어서 입속에 냄새가 가득한 건 사실이었지만 사실 그것도 일종의 핑계에 불과했다.
연애해본 적이 없던 송유리는 고인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마냥 두렵기만 했다.
연인으로 발전할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 아까 행동만 봐도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너무나 확실했다.
순진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 걸 아니까 송유리도 혼란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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