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조수석에 앉은 송유리는 아직도 틀어져 있는 히터 때문에 들리는 엔진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몰라서 가만히 앉아있는 게 점점 괴로워질 때 담배를 다 피우고 냄새까지 뺀 고인성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
“미안해.”
화를 내거나 자신을 원망할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과는 송유리를 놀라게 했다.
“괜... 괜찮아요...”
조용한 차는 이내 송유리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고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던 송유리는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잠깐만.”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불러세우는 고인성에 고개를 돌리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이젠 알겠지?”
“그게...”
“지금 대답하라는 거 아니야. 집 가서 잘 생각해봐.”
눈동자가 너무 짙어서 그런가 송유리는 묘하게 그의 말에 홀리는 것 같았다.
말을 마친 그가 시선을 거두자 송유리도 차 문을 닫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거의 사라질 때쯤 고인성의 차도 그곳을 떠나갔다.
...
집으로 돌아온 송유리는 환한 거실과 자꾸만 들리는 티비 소리가 이상해 자세히 보니 황이진이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언니, 아직 안 잤어요?”
“응. 야근해서 이렇게 늦게 퇴근한 거야?”
“아니요. 야식 먹으러 갔었어요.”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어. 원래 다른 사람 도움받는 거 쉬운 일 아니잖아. 게다가 주호진 같은 사람을 움직이는 일인데 쉬울 리 없지. 좀만 더 노력해보자.”
고인성이 요구하는 건 노력한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닌데...
하지만 그 말을 황이진에게 할 수는 없었기에 송유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가 오늘 너 기다린 거 사실 주호진 때문이야. 주호진 엄마가 오늘 사려던 집이 주호진 신혼집이거든. 나랑 얘기가 잘돼서 계약 직전까지 갔었는데 주호진 그 인간이 오자마자 안 산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바람에 집도 못 팔았잖아. 짜증 나 진짜!”
“그래도 설득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웃으면서 연락처 달라고 했거든. 그런데 걔가 필요 없다면서 바로 엄마 데리고 나가는 거 있지?”
“나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고!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사람한테 눈길도 안 줘?!”
“살면서 나 그렇게 무시하는 사람은 처음 봐.”
“아니다, 고인성이 있었네. 그럼 주호진이 두 번째네.”
갑자기 언급된 고인성의 이름에 송유리가 자신도 모르게 얼어있는데 황이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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