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깨워드릴까요? 손녀분 많이 보고 싶어 하셨는데 오랜만에 오신 거 얼굴이라도 보게 해줘야죠.”
송유리는 조미정의 말에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냥 자게 두세요. 많이 쉬시는 게 좋죠. 또 올게요.”
“그럼 자주 오세요. 여사님 많이 외로워하세요.”
송유리가 조미정과의 인사를 마치고 나가려 할 때 송혁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대표님 일은 어떻게 됐어?”
“서둘러야 해. 노인네 얼마 못 버티는 거 알지?”
“그래, 아빠는 너 믿는다. 우리 송씨 집안에 너 같은 애가 있으니까 나도 마음이 놓여.”
“네가 유리보다는 낫지. 그걸 알아봤으니까 그때 유리가 아니라 널 선택한 거잖니.”
병실의 방음벽도 송혁수의 높은 음성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했다.
피는 섞이지 않았다지만 몇 년을 부녀로 살아왔는데 친자식 앞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그의 모습에 송유리는 가슴이 아려왔다.
송유리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입을 여는 조미정을 향해 말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분이니까 내가 여기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송유리가 화장실에 숨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송혁수가 들어와서 아까처럼 높은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엄마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 전처럼 차도가 없어요? 수술 못 하면 얼마 못 버티는 거죠?”
“여사님 주무시고 계세요.”
조미정이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췄지만 송혁수는 막무가내로 대답만 재촉했다.
날이 갈수록 초췌해져 가는 엄마는 걱정되지도 않는지 송혁수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거 이제 나 줘요. 회사 점점 힘들어지는 데 엄마 후손들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그동안 많이 모았죠?”
“내가 지금 그 작품들을 너한테 준다고 해도 나아질 건 없어. 넌 예술도 모르고 회사 운영도 모르잖아. 혁수야, 작품들은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야. 자꾸 다른 데 마음 쓰면 회사도 얼마 못 가고... 부도날 거야.”
이화영이 힘겹게 내뱉은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송혁수는 그저 짜증만 냈다.
“지금 작품 안 내주시면 회사 바로 부도나요. 엄마는 진짜 내가 망하는 꼴 보고 싶으세요?!”
“작품은 너보다 더 믿음직한 사람한테 줬어... 넌 내 작품을 작품으로 취급도 안 해주잖아. 너한테는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지. 그렇게는 오래 못 가... 난 혁수 네가 그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
“몰라요, 난 모른다고요!”
인내심이 바닥난 송혁수는 아픈 엄마를 향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건 원래 돈 버는 도구고 그걸로 돈을 벌어야만 가치가 있는 거예요. 엄마가 말 안 하면 내가 직접 집 뒤질 거에요. 내가 무조건 찾아낼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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