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유언장은 오경숙에게 쓴 것이었다.
펼쳐서 확인한 박지훈은 마지막에 남긴 오경숙의 주소를 보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오단까지는 차로 20분이면 도착하는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박지훈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한때 자기 눈에 빛처럼 밝고 환하게 반짝이던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각 그와 마찬가지로 최익순이 오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600억 때문에 채시아를 결혼시키러 가는 길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오단 추모 공원에서 채시아는 비석 앞에 쓰러져 있었다.
비가 무자비하게 그녀를 덮쳐 입고 있던 긴 드레스는 이미 흠뻑 젖었다. 얄팍한 몸은 금방이라도 세상 속으로 사라질 한 가닥의 떠도는 잡초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박지훈은 비를 무릅쓰고 채시아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
“채시아!”
허공엔 비바람 소리만 들릴 뿐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박지훈은 채시아를 안으려다 옆에 있던 약병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채시아를 안았다.
왜 이렇게 가벼울까.
“채시아, 일어나! 잠들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언덕을 내려갔다.
...
“사모님, 도착했습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최익순이 창밖을 내다보니 낯선 남자가 품에... 채시아를 안고 있었다.
“망할 채시아!”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오늘 최익순은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빗물이 치맛자락을 적시고 있었다.
최익순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채시아에게 따지러 가던 중, 채시아가 박지훈의 품에서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멈칫했다.
“채시아...”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시선이 바람에 굴러떨어진 약병으로 향했다.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차라리 결혼하고 죽지 그랬어!”
듣다 못 한 박지훈이 시뻘겋게 물든 눈으로 모자를 노려보았다.
“꺼져.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제야 최익순과 채선우는 눈앞에 윤성빈 못지않게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를 발견했다.
“누구세요?”
채선우가 앞으로 나섰다.
“내 누나예요. 당신이 뭔데 우리한테 꺼지라고 해요?”
말을 마친 그가 최익순에게 말했다.
“엄마, 방금 이 대표님 쪽 사람들이 재촉했어. 사람을 보내지 않으면 우린 끝이야.”
이 말을 들은 최익순은 천천히 진정하며 독하게 말했다.
“차에 태워. 죽더라도 결혼은 시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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