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들고 단번에 마셨다.
“성빈아, 이미 죽었는데 그만해.”
말하는 순간 신도영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귀머거리 편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윤성빈은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
거의 다 확인할 때쯤 전화 한 통이 걸려 와 받아보니 비서 허준이었다.
“대표님, 박지훈이 어디 갔는지 알아냈습니다.”
허준이 보낸 주소를 확인해 보니 상영군이라는 외딴곳에 있는 작은 지역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래?”
옆에 있던 신도영이 그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묻는데 윤성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아무 말 없이 재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신도영이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윤성빈은 그를 홀로 남겨두고 서둘러 가버렸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신도영은 그곳에 자기로 했다.
...
이른 아침, 윤성빈은 드디어 상영군에 도착했다.
하늘은 흐리고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허준은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윤성빈 곁을 지켰다.
“대표님.”
“어.”
허준은 윤성빈과 함께 상영 마을로 가면서 얘기했다.
“박지훈이 이곳에 왔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조사한 결과 어렸을 때 채시아 씨를 키워준 분 양어머니도 이곳에 산다고 합니다.”
양어머니...
거세지는 빗줄기 속에서 윤성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왜 상영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는지 알 것 같다. 채시아가 여러 번 그에게 언급했던 곳이었다.
결혼 3년 동안 명절만 되면 채시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묻곤 했다.
“성빈 씨, 나 일이 있어서 상영군에 다녀오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
그때만 해도 윤성빈은 채시아가 어디로 가는지, 상영에 무슨 일로 가는지도 묻지 않고 싸늘하게 대꾸했다.
윤성빈은 한 손으로 사진을 천천히 꽉 쥐었다가 힘껏 내려놓았다.
“그래, 연기에 맛 들였지? 영정사진이라니, 웃겨!”
윤성빈은 자신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방 두 개와 거실로 이루어진 작은 집은 금방 살펴볼 수 있었다.
집안에는 테이블과 의자 같은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윤성빈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우르릉!
천둥소리에 이어 번개가 치면서 다시 한번 집 안에 있는 영정사진을 환하게 비췄다.
윤성빈은 비서 허준을 불렀다.
“채시아 가정부 어디 갔나 찾아봐.”
“네, 대표님.”
허준이 나간 후 윤성빈은 경호원들에게도 자리를 비우라고 한 뒤 혼자 남아 집주인이 돌아와서 설명하길 기다렸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기다리고 오후가 되자 비가 그쳤다.
윤성빈은 밖에서 이웃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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