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밤낮없이 회사에서 일만 했다.
심지어 채시아가 박지훈의 집 안에 남긴 유품들까지 신도영이 가지러 갔다.
신도영은 윤성빈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그곳에서 돌아온 후 윤성빈은 더욱 말수가 줄어들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신도영은 참지 못하고 허준에게 물었다.
“쟤 요즘 왜 저래?”
허준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도영 도련님, 대표님이 정말 채시아 씨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그 말에 신도영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누가 알겠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차에 올라타 운전기사에게 지시를 내리고 뒷좌석에 기대어 미간을 꾹 눌렀다.
윤성빈이 채시아를 좋아한다면 왜 최근 서둘러 성신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을까.
그녀의 아버지 채건우의 피땀 눈물이 담긴 성신 기업이 채시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텐데.
채시아를 좋아한다면 왜 굳이 사람을 보내 해외에 있는 채씨 가문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을까.
신도영은 채시아가 최익순, 채선우와 관계를 끊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고, 두 사람이 채시아의 몇 안 남은 가족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윤성빈은 여자를 함부로 대한 적이 없다.
임수아가 그의 곁에 있을 때도 남들이 누리는 건 전부 누리지 않았나.
하지만 유독 채시아에겐 원수처럼 지나칠 정도로 모질게 굴었다.
생각에 잠긴 사이 고급 아파트에 도착한 신도영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여긴 집값이 싸지 않을 텐데.”
“최소 평당 수천만 원은 합니다.”
신도영에겐 큰돈이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의 경제력으로는 이곳에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도영이 오자 가정부 한 명이 문을 열어주었다.
“채시아 씨 물건은 안방에 있어요. 대표님께서 짐만 가지고 빨리 나가라고 하셨어요.”
가정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번듯한 외모와 달리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퉁명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알아냈습니다. 그해 도련님을 구해준 사람이 채씨 가문 아가씨 채시아 씨입니다.”
그는 사고 후 병원에서 겨우 찾아낸 당시 사람들이 찍은 사진 몇 장까지 신도영에게 보냈다.
신도영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자 흐릿하긴 해도 한 번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채시아, 정말 그녀였다.
휴대폰을 움켜쥔 신도영의 마디가 하얗게 변하며 과거 채시아를 괴롭혔던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채시아가 윤성빈의 약혼녀가 된 후, 그러니까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에서 그녀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게 떠올랐다.
“엇, 그쪽은!”
그때는 일부러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는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후 임수아의 온갖 도발로 신도영은 그녀가 교활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녀를 조롱했다.
하지만 채시아는 처음부터 한 번도 자신을 구해줬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왜, 대체 왜 나한테 말을 안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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