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통화에서 약간 쇠약해 보이지만 채하진과 똑같이 생긴 작은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로 채시아를 부르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
“우리 작은 아들, 엄마도 뽀뽀.”
채윤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을 나타냈다.
“엄마, 어제 밤에 나한테 전화 안 했잖아. 잘 자라는 말도 안 하고!”
큰아들 채하진이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이라면 작은 아들 채윤학은 애교가 많지만 늘 안정감이 없어 불안해하는 일반적인 아이였다.
물론, 이 모든 건 채시아의 생각이었다.
“미안해, 엄마가 깜빡했어. 뽀뽀해 줄게. 우리 아들 화내지 마.”
채윤학은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한 데다가 이번에 백혈병이 재발해 채시아는 아이를 더 신경 썼다.
“이번만 용서해 줄게.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안 돼.”
작은 아들 채윤학이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본 채시아는 온종일 따라다니던 먹구름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랑 형은 어디 있어?”
채시아의 질문에 채윤학은 일부러 화난 척하며 대답했다.
“엄마가 두 사람을 찾을 줄 알았다면 난 엄마한테 전화 안 했을 거야.”
채시아는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진짜 못 말린다니까!’
“알았어. 엄마 더 이상 묻지 않을게.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빨리 자야지? 잘자, 우리 아들.”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채윤학의 얼굴에 띠고 있던 웃음이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아이의 눈빛은 음침하게 변하더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쌍둥이 형 채하진을 바라봤다.
“형, 엄마 또 술 마셨어.”
채하진은 노트북을 닫으며 대답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도항시로 가서 엄마를 돌봐야겠다.”
“응.”
채윤학은 눈을 감았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자신도 돌아가서 그토록 미운 아빠를 한 번만 만나보고 싶었다.
...
한편, 채시아는 두 아이의 계획을 전혀 몰랐다.
세면을 마친 후, 그녀는 두 마리 토끼 인형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낯선 침대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윤성빈을 만났기 때문인지, 채시아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채시아는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는데 아침 5시 10분이었다.
“감시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채시아 씨는 어젯밤 공공장소에 나타난 게 확인되었습니다. 공항과 고속철도는 모두 확인했으나 출입 기록은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채시아 씨의 기록을 지운 것처럼 보입니다.”
허준의 말에 윤성빈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라져 버린 채시아가 지금 갑자기 나타나는 게 절대 우연일 리 없다고 확신했다.
허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 채시아 씨가 돌아온 것도 이상합니다. 보낸 사람 말로는 머무는 곳 근처는 감시가 아주 엄격하다고 합니다.”
“계속 조사해.”
“알겠습니다.”
윤성빈은 허준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이번에 또 도망가게 내버려두면 너희도 도항시에 있을 필요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허준이 나간 뒤, 윤성빈은 기분이 급격히 우울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채시아를 납치해 곁에 둔 다음 도대체 뭘 원하는지 묻고 싶었다.
‘기억 상실? 웃기시네! 난 안 믿어.’
곧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준이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어제 심어둔 사람이 말하길 채시아 씨가 지금... 여기로 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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