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연은 입술을 꽉 악물었다.
“너는 어린애가 아니야. 이 악마 같은 녀석.”
채하진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왕 온 김에 편하게 있죠. 엄마한테는 제가 가서 사과할게요.”
조나연은 정말 울고 싶었다.
아이한테 이런 당황스러운 서프라이즈를 당한 기분이었지만 또 이 채하진을 혼자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사실, 그녀는 아이가 혼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시아한테 전화 한 통 할게. 아니면 경숙 아줌마가 널 걱정할 거야.”
“걱정 마세요. 이미 할머니에게 편지를 남겼거든요. 저 이모랑 같이 있다고.”
채하진의 대답에 조나연은 깜짝 놀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 못 말리는 늑대네.”
그녀는 전화를 들고 채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수화기 너머 채시아는 뜨거운 물 한 잔을 든 채로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여보세요?”
조나연은 죄책감을 느끼며 옆에 있는 채하진을 바라보았다.
“시아야, 원래는 너한테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조나연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하자 채시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나 도항시에 도착했어. 지금 공항에 있는데... 하진이가 따라왔어.”
그 말에 채시아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조나연은 휴대전화를 채하진에게 건네며 아이가 직접 설명하게 했다.
“엄마, 이모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나 혼자 비행기 표 사서 이모를 따라온 거야. 엄마 혼자 도항시에 있는 게 걱정돼서.”
‘혼자 비행기 표를 샀다고?’
채시아는 채하진이 매우 똑똑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아이가 혼자서 공항까지 올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채하진! 너 엄마가 했던 말 다 잊었어?”
채하진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그런데 엄마, 난 엄마가 보고 싶었단 말이야. 엄마가 너무 걱정됐다고.”
채시아는 갑자기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고 조나연 또한 채하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차는 서서히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곳은 채시아와 보기로 약속한 식당이었다.
한편, 선명 그룹.
회사 밖을 나선 윤성빈의 뒤를 임수아가 졸졸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검은색 캐딜락에 몸을 실었는데 차 안에서 윤성빈은 줄곧 계약서만 들여다봤다.
“오빠, 잠깐 쉬면서 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임수아가 말을 걸었다,
“괜찮아.”
그러자 윤성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고 임수아는 그렇게 한동안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윤성빈은 자신을 싫어하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임수아는 그가 과연 자신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정말 이렇게 욕망이 없는 남자가 있을 수 있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거야?’
오늘, 임수아는 어떤 수법을 쓰든 간에 꼭 윤성빈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핸드폰 진동에 윤성빈이 고개를 숙여보니 채시아를 감시하라고 보낸 경호원에게서 문자 한 통이 전송됐다.
[대표님, 채시아 씨 외출하셨습니다. 지금 금월 식당에 도착하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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