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가 이곳을 기억하고 있어 자신이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윤성빈은 뚜렷한 손목뼈가 드러나는 손으로 핸들을 꽉 잡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채시아, 그 아이는 어떻게 됐어?”
그는 여전히 신도영이 채시아의 의료 기록을 건네줬을 때 임신 2주라고 적혀 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물어보지 않은 건 채시아가 먼저 말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란 단어를 들은 채시아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렸다.
“무슨 아이요?”
윤성빈은 차를 멈추고 채시아를 바라보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때 임신한 걸 알아.”
그의 깊은 눈동자는 채시아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채시아는 그가 이미 채하진을 발견했을까 봐 두려웠다.
준비는 했지만 윤성빈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들을 빼앗길까 봐 공포가 밀려왔다.
그녀는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기억나는 건 주치의님이 유산했다고 말씀하신 것뿐이에요.”
윤성빈의 기분은 순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애초에 그 아이가 살아있을 리 없었다.
살아있었다면 채시아가 혼자 돌아올 리 없었을 테니까.
그동안 보낸 사람들도 아이에 대한 보고는 없었고 당시 채시아의 몸 상태로는 출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목이 멘 윤성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채시아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차분함을 잃고 박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 너머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채시아, 무슨 일이야?”
박지훈은 채시아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채시아가 걱정할까 봐 그녀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그날 밤, 채시아는 악몽을 꿨다.
꿈속에서 두 아이 모두 윤성빈에게 발견 당했고 그는 아이들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사라지게 만들려 했다.
채시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그녀는 윤성빈과 막 결혼했을 때 김예화가 둘에게 빨리 임신하라고 재촉하던 기억이 났다.
당시 윤성빈은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너를 건드리지 않을 거란 말은 둘째치고 설령 임신한다 해도 그 아이가 태어나는 건 허락하지 않을 거야.”
채시아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서둘러야 해.’
다음 날, 채시아는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옷을 골랐고 정교한 화장도 했다.
집을 나설 때 그녀는 만약을 대비해 작업 도구를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그녀는 홍정 그룹 대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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