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후, 채하진은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곁에 서 있던 윤지안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매번 기사님이 너를 데리러 오는 거야?”
채하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윤지안은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우리 가문의 어르신들이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어. 증조할아버지가 나를 아주 예뻐하셔서 특별히 신경 써주신 거야.”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오늘 누가 나를 데리러 오는지 맞춰 봐.”
“누군데 그래?”
채하진은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윤지안한테 맞춰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기사가 오기 전까지 달라붙어서 자랑할 것이다.
“김 씨 할머니가 나를 데리러 올 거야.”
채하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예화가 윤지안의 친할머니도 아니었기에 왜 이토록 기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김예화의 차량이 천천히 멈춰 섰다. 검은색 차량의 문이 열리자 하이힐을 신은 김예화가 내렸다.
누가 보아도 50대 같아 보이지 않는 미모에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나타났다.
“할머니!”
윤지안은 재빨리 달려가면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김예화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윤지안을 반겼다.
만약 어르신이 직접 부탁하지 않았다면 김예화가 다른 가문의 손주를 데리러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윤지안의 부모가 외국에 있어서 아이가 외롭긴 하겠지만 김예화가 알 바 아니었다.
“지안아, 얼른 가자.”
김예화는 채하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하진아.”
김예화는 윤성빈의 어릴 적 모습과 똑 닮은 채하진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왔던 것이다.
한편, 채하진은 차 문을 열자마자 조나연과 눈이 마주쳤다.
“이모가 왜 여기에 있어요?”
“내가 데리러 오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조나연이 채하진의 볼을 꼬집으려고 손을 내밀자 그는 잽싸게 피했다.
“이모, 손을 씻었어요?”
채하진은 윤성빈에게서 물려받은 결벽증 때문에 저도 모르게 손길을 피했던 것이다.
조나연은 손을 움츠리며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더러워?”
“이모, 어린아이의 피부가 얼마나 민감한지 알아요? 손을 씻지 않으면 세균이 옮겨붙을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만지지 않는 게 좋아요.”
조나연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네 엄마가 전할 말이 있다고 해서 직접 온 거야. 어린이집에서 절대 똑똑한 티를 내지 말라고 했어.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아저씨들이 너를 붙잡아서 생체 실험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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