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진은 슬리퍼를 갈아 신은 다음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우현이는 왜 만난 건데요? 우리 관계를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거 아니었어요?”
공호열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나보다 정우현 씨가 우리 관계가 드러나는 걸 더 싫어할 텐데.”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자신감이 넘쳤고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함이 느껴졌다.
결국 할 말을 잃은 권예진은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공호열의 냉정하고 강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정우현 씨 앞으로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권예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공호열이 차갑게 비웃었다.
“3년 동안 활동을 중단할 거고 해경시에도 돌아오지 않을 거야.”
“활동을 중단한다고요?”
권예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예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정우현이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는데 바로 권예진 때문이었다.
권예진은 이를 악물고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충격과 분노를 억눌렀다.
“우현이랑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만약 날 못 믿는 거라면 나한테 말하라고요. 우현이 건드리지 말고.”
“높은 곳에 있으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낮은 곳에 있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법이야.”
그는 칠흑같이 어두운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섬뜩할 정도로 냉정했다.
권예진은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마음속에 무력감이 밀려왔다.
‘정말 제멋대로 하는 무서운 남자야.’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정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계속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정우현이 보낸 읽지 않은 문자 한 통을 발견했다.
“우현이 나한테 문자 보냈어. 지금 바로 보내줄게.”
“아니야.”
공호열의 모습이 떠오른 권예진은 그녀를 말렸다.
“그냥 읽어줘.”
“알았어.”
정가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읽어줄게. 예진아, 집안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내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해. 너랑 공호열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널 좋아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꼭 기다려줘.”
똑똑, 똑똑.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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