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아,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권예진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때 문밖에서 임길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진 씨.”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다 흥건했다.
휴지를 두 장 뽑아 눈물을 닦고 감정을 빠르게 추스른 후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집사님?”
“예진 씨, 도련님께서 보내신 옷입니다.”
임길태는 도우미와 함께 여성 의류와 신발을 가득 들고 들어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옷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한눈에 봐도 전부 신상들이었다.
옷 정리를 마친 후에는 도우미를 내보내고 권예진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였다.
그 모습에 권예진이 먼저 말했다.
“집사님, 할 얘기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예진 씨, 도련님께서 예진 씨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옷이 몇 벌 없는 걸 보시고 이렇게 많이 보내셨잖아요. 예진 씨와 도련님이 각자 한발 물러서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보면서 말했다.
“이 옷들은 제가 먼저 치울게요. 도련님께서 괜히 보셨다가 화만 낼 수 있으니까요.”
“다 버려요.”
그때 공호열이 문 앞에 서서 손가락에 담배를 든 채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
임길태는 난감한 표정으로 권예진을 쳐다보았다.
권예진은 울어서 붉어진 눈을 내리깔며 힘없이 말했다.
“집사님, 그냥 다 버려주세요.”
임길태와 도우미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정우현이 사준 옷을 들고 서둘러 안방을 나갔다.
커다란 방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분위기가 미묘했고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사랑이 넘쳐난다고? 목이 말랐다고?’
비꼬는 말들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에 꽂혔다. 그 고통이 몸 전체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권예진은 애써 침착하게 웃으면서 붉은 입술을 공호열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말했다.
“옆에 있는 남자가 아무 쓸모가 없어서 말이죠.”
‘아무 쓸모가 없다고?’
공호열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치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벌써 본색을 드러내네? 나랑 결혼할 이 여자, 정말 만만치 않아.’
겉으로는 온순하고 순종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사나울 뿐만 아니라 천박하기까지 했다.
공호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와 말싸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냥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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