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아, 옷이 다 젖었잖니. 여긴 지석이가 있으니까 넌 얼른 가서 옷을 갈아입는 게 좋겠구나.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최애순이 공호열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호열도 고개를 돌려 최애순을 보았다.
“할머니, 전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할아버지께서도 괜찮으실 거예요.”
말을 마친 그는 정민욱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그의 어투에서는 서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가서 별장의 모든 CCTV를 돌려봐.”
“네, 대표님.”
정민욱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금까지 권예진이 왜 굳이 공호열과 결혼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공씨 가문에서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고 공호열도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인지 몰랐다.
거실에서는 박지석이 부스럭대며 권예진의 상태를 살피는 소리만 들렸다. 가만히 있던 공호열은 고개를 돌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청소를 하던 도우미들을 훑어보았다.
털썩!
그 순간 중년의 도우미는 갑자기 무릎을 꿇어버렸고 몸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꼭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 같기도 했다.
“도... 도련... 도련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고 있었다. 도우미는 한참 뜸을 들이며 진정하고 나서야 말했다.
“제 아들 내외가 아이를 낳아서 한 달 동안 휴가를 갔다가 오늘 돌아왔습니다. 전 권예진 씨가 새로 일하러 들어온 도우미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수영장 청소를 시켰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우미인 줄 알았다고요?”
공호열은 위험한 기운을 내뿜으며 눈을 가늘게 접었다.
“이 집안에서 일하면서 어떤 도우미가 있고 그간 본 것도 많을 텐데 그런 오해를 했다고요? 권예진이 입은 옷이 얼마인 줄 알아요? 아주머니가 일 년 벌어도 살 수 없는 옷이에요.”
“쯧, 안목도 없군.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이때 연정란이 끼어들며 혼낸 후 공호열을 보았다.
“호열아, 이 일은 이미 해결된 것 같구나. 도우미는 권예진을 위해서라도 꼭 해고할 테니 걱정하지 말렴.”
“그렇게 간단히 종결지을 일이 아니에요.”
공호열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연정란은 공호열이 자신의 체면을 무시하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구겼다. 온혜영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속으로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공호열이 얼마나 효자이고 능력이 뛰어난지를 알고 있었지만 연정란은 그동안 줄곧 그런 아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으려고 했다. 늘 연정란의 말만 듣던 공호열이 이렇듯 그녀의 말에 반박한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도 무사하고 도우미도 해고하겠다는데 또 뭐가 문제니?”
연정란의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공호열이 그녀의 말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이유가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어디 내놓을 수도 없는 촌뜨기였다.
공호열은 서늘한 눈빛으로 공지율을 보았다. 주위의 온도는 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네. 내가 한 말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오빠, 저 여자한테 속으면 안 돼요.”
공호열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공지율을 빤히 보았다.
“그래. 넌 모두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지.”
그 말을 들은 공지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내가 저 여자를 밀었다고 의심하는 거예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일도 아니지. 안 그래?”
“그건...”
공지율의 안색이 변했다.
“입은 아무 말이나 막 내뱉으라고 뚫려있는 게 아니야.”
공호열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지난번 사건 때도 네가 제일 의심스럽다는 것만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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