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진은 공한무의 주치의였기에 공한무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공한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가 도착할 즈음에 일부러 수영장으로 들어가 물에 빠진 연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옷을 입는 척 그에게 흉터가 있는 등을 보여주며 예전에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게 그녀의 계획일 것이다.
공호열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일부러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
“네가 그 도교 사원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해서 고작 흉터 하나로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없어.”
몸이 경직된 권예진은 지금 이 순간 얼음 동굴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열 씨도 이 모든 상황을 내가 꾸민 거라고 생각해요?”
권예진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따져 물었다.
“이 원피스는 정 비서님이 가져오신 거예요. 전 호열 씨가 제게 이것을 건네주기 전까지 지퍼가 등에 달린 원피스인 줄은 몰랐다고요.”
공호열의 표정은 무섭도록 싸늘하게 굳었다.
“이 원피스가 아니었다고 해도 너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겠지.”
그 말을 들은 권예진은 순식간에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더할 말은 없네요.”
어차피 여기서 말을 더 해봤자 그에게는 핑계처럼 들릴 뿐이었다. 밀려드는 섭섭함에 권예진은 더 말을 잇지 않았고 그저 나직하게 말했다.
“가요. 할아버님 상태를 살펴봐 줄 테니까.”
공호열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며 미묘하게 변한 표정도 눈치챘다.
“그런 억울한 표정을 지을 거 없어. 그럴수록 믿음이 더 가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둬.”
권예진이 반박하려던 때 갑자기 위가 쓰리듯 아팠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에 공호열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집사님한테 네 삼시 세끼에 특별히 신경 쓰라고 말할 테니까 내 앞에서 아픈 척 연기하지 마. 누가 보면 내가 여자 하나도 잘 못 챙겨주는 줄 알겠네.”
말을 마친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권예진은 심호흡을 한 뒤 바로 그를 따라갔다.
공한무의 상태는 오늘따라 유난히 좋지 못했다. 권예진은 그에게 침을 놔주었다. 박지석은 서양의학 전문이었기에 그저 옆에서 공호열을 사로잡고 미래의 공호열 아내가 될 사람이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공한무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그는 이곳에 없었던지라 권예진이 치료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을 테지만 의학에 관해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실력에 감탄했다. 한의학에 관해 공부를 조금 했던 그는 냉정하고도 능숙하게 치료하는 모습에 내심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고작 스물이 넘는 여자로 보이지 않았고 해경시에서 실력 좋기로 유명한 나이 많은 한의사들과 전혀 뒤지지 않았다.
“네. 도련님.”
“일단 주방에 가서 생강차를 내오세요.”
이 말을 끝으로 그는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 정민욱도 그를 따라 서재로 올라갔다. 집사는 고개를 돌려 권예진을 보았다.
“예진 씨, 긴장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도련님께서는 예진 씨를 걱정하고 있답니다. 다만 표현을 잘하지 못할 뿐이지요.”
권예진은 웃으며 대꾸해 주었다.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임 집사님. 또 폐를 끼쳤네요.”
“폐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오아시스에서 집사로 일하고 있는 임길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공씨 가문에서 저희에게 주는 월급은 다른 가문보다 월등히 높답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평소에 바쁘셔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은 아주 드물었지요. 지금은 예진 씨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으니 이 별장도 전처럼 썰렁하지 않아서 좋답니다. 얼른 앉아 계세요. 제가 주방으로 가서 생강차를 내오라고 하겠습니다!”
권예진은 생강차를 마신 후 자신을 구하다가 젖어버린 공호열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주방으로 가서 다시 생강차를 끓여 서재로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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