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진은 한서 의학 회담 일로 학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기에 밤을 새우고 있었다.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집사와 도우미들은 이미 쉬고 있는 상태였고 시계를 올려다보니 어느새 새벽 12시가 되어 있었다. 공호열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별장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조용했다.
자유로운 권예진은 주방으로 내려가 아무도 깨지 않게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 했다. 오아시스에서는 삼시 세끼를 전부 서양식으로 만들어 주었기에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히 만두 여러 봉지와 라면, 그리고 소시지를 사두었다. 가끔 끓여 먹으면 허기도 달랠 수 있고 느끼함도 달랠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
냉장고를 열자 안에는 대부분 고급 식자재만 있었다. 한참 뒤적거리던 그녀는 냉장고 구석에서 청경채를 발견했다. 이내 또 계란 하나를 꺼내 냄비를 올린 후 물을 끓였다. 냄비 옆에는 프라이팬을 놓아 계란후라이를 만들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라면이 완성되었다.
국물의 색은 아주 짙었고 향도 아주 좋았다. 냄새만 맡아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행여나 냄새가 집안 가득 채울까 봐 그녀는 다이닝 룸에 가서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주방의 창문을 열어둔 뒤 주방에서 먹기 시작했다.
막 한입을 먹은 순간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를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맛있나?”
권예진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입안으로 밀어 넣은 라면을 뱉기도 이상했고 씹어 넘기기도 이상했다. 결국 씹지도 못하고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사둔 라면은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있는 라면이었고 매운맛 소시지까지 함께 넣고 끓였던지라 그대로 삼켜버리니 결국 사레에 들고 말았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콜록댔다.
“컥, 콜록...”
그녀는 가슴에 손을 올려 두드리며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애를 썼지만 기침 때문에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면서 원망의 눈빛으로 구석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왔으면서 왜 아무 소리도 없이 다녀요?”
공호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얼굴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보았다. 권예진은 표정을 살짝 구기며 물었다.
“저녁 안 드셨어요? 제가 끓인 라면이라도 드셔보실래요?”
그러나 공호열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권예진은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댔다.
‘하긴. 고귀하신 도련님이 이런 평민이 먹는 라면을 먹을 리가 없잖아? 이것보다 백 배, 천 배 훨씬 더 좋은 걸 먹겠지. 오히려 안 먹으면 더 좋지. 내가 혼자 다 먹을 수 있으니까.'
“저녁 안 먹었어?”
공호열이 물었다. 권예진은 젓가락을 들며 더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늘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저도 나눠줄 생각은 없었을 거예요.”
작게 중얼거린 그녀는 일부러 들으라고 크게 소리를 내면서 먹었다.
“우와, 정말 맛있다. 어떻게 이런 라면이 다 있지?!”
공호열은 커다란 냉장고 앞에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려 질색하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식사 예절이라는 건 안 배웠나?”
“원래 라면은 이렇게 소리 내면서 먹어야 더 맛있는 거예요.”
권예진은 투덜대면서 그를 보다가 작은 그릇에 라면을 담아주었다.
“조금 많아서 그런데 정말로 먹어보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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