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 남의 속도 모르고!’
검은색 벤틀리가 넓은 도로를 유유히 달렸고, 권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
조용한 차 안에서 분위기는 적막하고 으스스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호열이 불쑥 말을 꺼냈다.
“부르는 건 쉬운 데 보내는 건 힘들다며.”
권예진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랬었죠. 근데 왜요?”
공호열이 얇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눈동자는 교활하고 능글맞았으며, 장난기가 섞인 중저음 목소리가 천천히 고막을 파고들었다.
“이제 내가 왔는데 날 어떻게 보낼 생각이야?”
권예진은 옆자리에 앉아 남자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
“호열 씨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권예진은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은 채 부드럽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얌전히 애완동물처럼 지내는 게 호열 씨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겠죠.”
공호열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어느 집 애완동물이 제 발로 구치소에 들어가지?”
권예진은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악력이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스러운 감각이 턱에서 밀려왔다.
예쁜 얼굴에 미소가 담겼지만 눈빛만은 싸늘하게 굳어진 채 권예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아시스는 세계 최고급 저택인데 그곳 애완동물은 당연히 남달라야죠.”
공호열은 그녀의 교묘한 논리에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아무 말 없이 손을 놓았다.
“이 바닥에 저렇게 젊고 예쁜 사람이 있었나?”
“연예인이 잘못 들어온 거 아니야?”
권예진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리는 말을 무시한 채 먹을 음식을 챙기러 가는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권예진? 네가 왜 여기 있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권예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짙은 화장을 한 김다윤의 얼굴이 보였다. 어제만큼 부어 있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눈에 거슬릴 정도로 못생겼다.
권예진은 문득 후회스러웠다. 한 사흘 정도 외출하지 못할 만큼 때릴걸.
김다윤처럼 무식한 사람한테는 조금의 교훈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파란 명찰을 달고 있던 김다윤은 권예진의 명찰이 빨간색인 것을 보고 비아냥거렸다.
“초등학교도 못 나왔으니 여기 들어올 자격도 없을 텐데, 학장님 명찰로 무슨 잘난 척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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