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그녀는 권예진의 명찰을 낚아채 뒤집어 보았다.
서둘러 자신의 추측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명찰에 적힌 세 글자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힐 뻔했다.
당황한 김다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의심하며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빠르게 정신을 차린 뒤 콧방귀를 뀌었다.
“네 남자 꼬시는 능력을 과소평가했네.”
권예진이 웃는 얼굴로 은근슬쩍 비꼬았다.
“다행히 난 널 제대로 봤네. 넌 늘 사람을 우습게 보거든.”
“너...”
가벼운 한마디에 김다윤은 말문이 막힌 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권예진은 미소가 말끔히 사라진 얼굴로 손을 들며 차갑게 말했다.
“어디 개가 주인 앞을 막아. 비켜.”
김다윤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고, 겁을 먹고도 당당한 척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왜, 믿는 구석이 생기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 뺨을 때리려고?”
권예진은 그저 명찰을 정리할 뿐이었다.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서 길을 막는 개랑 상종하고 싶지 않네. 스승님께서 늘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는데 널 보고 배운 게 있어. 착하게 대하면 만만하게 보고 괴롭힘만 당한다는 걸.”
“누가 누구를 괴롭힌다는 거야? 악랄한 네가 내 얼굴까지 망쳐놨잖아. 그게 내 목숨을 가져가는 거랑 뭐가 달라?”
권예진이 붉은 입술을 비스듬히 말아 올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네 목숨을 가져갈 땐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될 거야.”
‘네가 빼앗아 간 건 전부 되찾을 거야. 공호열은 고작 시작에 불과해.’
“다윤아, 누구야?”
남자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듯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무심코 권예진을 스쳐 지나 김다윤에게 향하자 김다윤은 즉시 걸음을 옮겨 그를 향해 걸어갔다.
“호열 씨도 회담에 참석하러 왔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공호열의 표정을 살피며 긴장한 탓에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옷 끝을 만지작거렸다.
“회사에서 내년에 의료 프로젝트 몇 개를 진행할 거야.”
시선을 돌리며 무심하게 대꾸한 공호열의 눈빛이 김다윤의 얼굴로 향했다.
“아직 얼굴이 다 낫지 않았으면 며칠 더 쉬지.”
김다윤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곧바로 환하게 웃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중서의학 회담이라 흔치 않은 기회에 많이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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