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어요.”
권예진은 거절했다.
“그냥 자고 나면 괜찮아져요.”
진통제는 통증을 잠시 완화시켜 주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매달 이런 날이 있는데 특히 첫날이 가장 심하고 죽을 것처럼 아팠다.
진통제에 의존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기고 마약처럼 중독될 것이 분명하다.
박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알약이 효과가 빠르긴 하지만 부작용도 심하죠. 몸조리엔 한약이 더 나아요. 부작용도 적고. 그건 나보다 그쪽이 더 잘 알 테니까 난 이만 가볼게요.”
공호열은 박지석과 함께 방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반듯한 체격, 얼굴은 신이 조각한 듯 잘생긴 외모였다.
방에서 걸어 나오는 공호열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으며 그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뭐야?”
“누구?”
박지석은 멈칫하다가 이내 알아차리고는 공호열을 돌아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데니스? 걱정하지 마. 권예진보다 한의학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 너 생각보다 신경 많이 쓴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공호열이 부정했다.
“할아버지 병을 치료하려면 저 여자가 필요해. 출신이 말할 수 없이 비천하다면 더더욱 매사에 언행을 조심해야지.”
말을 마친 공호열이 임길태를 돌아보았다.
“아주머니한테 담백한 음식 몇 가지 준비하라고 하세요.”
“네.”
임길태는 즉시 돌아서서 주방으로 갔다.
박지석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 그래, 감정을 키워야 앞으로 사는데 지루하지 않지. 게다가 내가 볼 땐 신의 형수님과 너 제법 잘 어울려.”
“신의 형수님?”
공호열은 비웃었다.
“무슨 신의가 생리통도 못 고쳐? 그리고 넌 해경에서 가장 젊고 실력 있는 외과 의사라더니 빈껍데기였네. 꺼져.”
“입맛이 없어서 먹기 싫어요.”
“저혈당인데 뭐라도 안 먹으면 몸이 견디지 못해.”
성질머리를 꾹 참고 귓가에 다가가 낮게 말하는 그의 말엔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권예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요. 한 끼 안 먹는다고 굶어 죽지 않아요. 날 그렇게 싫어하면서 내가 죽든 살든 무슨 상관인데요?”
“나도 네가 죽든 살든 상관없는데, 네가 공개적으로 결혼을 강요한 순간부터 넌 더 이상 모든 걸 네 뜻대로만 할 수 없어.”
공호열이 다소 무거워진 어투로 싸늘하게 명령했다.
“내가 먹으라면 먹어.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 먹어.”
아랫배에서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권예진이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대꾸했다.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먹을게요. 그래도 되죠?”
바로 그때 임길태와 김정희가 도우미 몇 명과 함께 음식을 가져왔고, 공호열은 턱을 까딱하며 명령했다.
“테이블에 올려놔요.”
손님용 침실이긴 했지만 호텔 스위트룸처럼 매우 고급스러웠다.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피보다 진한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