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동안 그에게 조롱과 놀림을 당한 탓인지, 처음 보는 남자의 행동에 비록 태도가 퉁명스럽고 말투도 전혀 온화하지 않지만 그녀의 마음속 무언가가 싹을 틔우려고 한다.
그에게 모질게 굴 수가 없다. 조금만 잘해줘도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고 속절없이 무너지니까.
몸의 상처는 잠깐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평생 남는다.
이건 그녀가 원하는 게 아니다.
“공호열.”
고개를 든 권예진이 남자를 바라본다. 핏기 하나 없는 예쁜 얼굴이 병든 환자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온전하게 불러본다.
“어?”
공호열은 얼굴을 찡그렸다.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설명할 수 없는 친숙함이 느껴졌다.
권예진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평생 나한테 잘해줄 거 아니면 아예 조금도 친절을 베풀지 마요. 혼자 살다 보니까 나약함을 숨기는 법도, 스스로를 돌보는 법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다 아는데 희망을 줬다가 그 불씨를 직접 꺼버리는 행동은 하지 마요. 그건 정말 너무 나쁘잖아요.”
깜박이는 그녀의 큰 눈동자에 촉촉한 물기가 어렸다.
투명한 빛이 핑그르르 돌면서 왠지 모르게 사람을 홀렸다.
잠시 넋을 잃었던 공호열이 눈을 질끈 감더니 표정이 금세 다시 냉랭해지며 피식 웃고는 차갑게 조롱했다.
“너한테 잘해주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병이 낫기 전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서야.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니라 생리통일 뿐이니 혼자서 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겠지.”
말을 마친 그가 그녀 앞으로 국그릇을 내밀었다.
“알아서 먹어.”
권예진은 복통을 참으며 숟가락을 들고 천천히,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국물을 한 입 먹었다.
공호열은 젓가락을 들고 여러 가지 반찬을 무심하게 그릇에 집어주더니 새우까지 직접 까서 건넸다. 빙하처럼 차갑고 무정한 얼굴을 하고서 퉁명스럽게 명령했다.
“이거 다 먹어.”
“네...”
권예진은 그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싫어요? 아니면... 결벽증 있다는 걸 깜박했네요.”
권예진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공용 젓가락을 찾았다.
“다시 갖다줄게요.”
“됐어.”
공호열은 차갑게 거절하며 젓가락을 들던 그녀를 제지한 뒤 야채가 가득한 그릇을 들고 천천히 차분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 시각 레스토랑에서 김다윤을 식당에 데려다준 후 정민욱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
김다윤은 가게에서 무료로 제공한 레모네이드 한 잔만 앞에 두고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창가 자리에 홀로 앉아있었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회담 현장에서 나온 지도 벌써 30분이 지났다.
공호열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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