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모임이나 일정을 미루지 않았는데 요즘 상사의 근무 태도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공한무의 병 때문인지, 아니면 오아시스에서 지내는 권예진 때문인지 모르겠다.
공호열은 옆에 걸려 있던 양복 재킷을 집어 팔에 걸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오아시스로 가.”
“네.”
정민욱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제법 들떠 있었다.
상사에게 봄이 찾아오니 매일 야근하던 그에게도 축복이었다.
하늘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오아시스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공호열이 성큼성큼 저택에 들어서자 임길태가 곧바로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양복 재킷을 건네받았다.
“도련님, 10분 후면 저녁 드실 수 있습니다.”
“네.”
공호열은 조용히 집안을 훑어보다 권예진이 보이지 않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긴 다리를 뻗어 집안에 들어섰고 10분 뒤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가 좋아하는 양식이 모양과 맛을 고루 갖춘 채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집사 임길태는 도우미와 옆에 서 있었고, 공호열은 식탁에 앉아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그 여자는?”
“권예진 씨는 희귀한 약초라 캐기 힘들어 오늘 밤 돌아오지 않고 도교 사원에 머문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임길태가 서둘러 답하자 공호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문득 권예진이 먹었던 라면이 떠올랐다.
그가 짜증스럽게 식탁에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던지자 옆에 서 있던 집사는 깜짝 놀라서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련님, 오늘 식사가 마음에 안 드세요?”
“가서 라면 한 그릇 끓여 오세요.”
공호열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자 집사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공호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담배를 피우며 한참 동안 일에 몰두했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가고 창밖에는 이미 밤의 어둠이 먹물처럼 짙게 깔려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불붙은 담배를 가느다란 손가락에 끼운 공호열은 탁자 위에 놓인 프로젝트 계획서를 한참 동안 한 장도 넘기지 못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들어 권예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이나 울렸고 그럴수록 기분만 나빠지던 때 따분한 기계음이 들렸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공호열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아래층 마당에 내려갔고 곧이어 자동차 엔진 굉음이 들렸다.
부엌에 있던 임길태와 김정희는 서로 눈치만 보았다.
“도련님, 왜 저러시지?”
김정희는 웃으며 말했다.
“사랑에 빠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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