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호열이 정우현에게 했던 일을 떠올리자 권예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맑고 예쁜 눈동자가 남자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며 설명했다.
“난 자색 영지를 따러 왔는데 여기 우현이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지금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 오랜만이라 할 얘기가 많나 보네.”
공호열이 차갑게 웃었다.
“자색 영지를 따? 더 하다간 침대에서까지 따야겠어.”
공호열의 얼굴이 검게 일그러진 것을 보아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아주 잠깐 권예진은 공호열이 씩씩거리며 바람피우는 그녀를 잡으러 온 것 같은 터무니없는 상상을 했다.
그 말을 끝으로 공호열은 한순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거슬리는 쓰레기라도 되는 듯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뒤돌아 매정하게 떠났다.
쾅!
나무로 조각된 문이 무겁게 닫혔다.
문밖 마당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감탄하던 정민욱이 깜짝 놀랐다.
그가 조심스럽게 젊은 상사의 안색을 살펴보니 잘생긴 얼굴에 소름 끼치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온기를 취하기 위해 밤새 달려왔다가 거절당해 화가 난 걸까? 그게 아니면 처음이라 너무 못해서 쫓겨난 걸까.
정민욱이 짐작하고 있는데 공호열에 의해 부러질 뻔했던 나무 조각 문이 다시 열리면서 권예진과 정우현이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정민욱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두 눈을 의심했다. 눈을 깜박이며 다시 한번 확인하니 정우현이 맞았다.
“정우현?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
순식간에 정민욱의 머릿속에서 이젠 끝장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서둘러 플래시를 켜고 공호열의 뒤를 따랐다.
공호열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혼을 강요당한 것도 모자라 이젠 제 발로 찾아와 이 꼴을 당했다.
“공호열 씨.”
정우현은 재빨리 공호열을 따라잡았다.
권예진이 보이지 않자 공호열은 얇은 입술을 비스듬히 올렸다.
‘벌써 포기한 건가?’
역시 아무리 연기해도 진심까지 연기할 수는 없나 보다.
공호열은 화가 난 채 정우현을 노려보았다.
“얘기 끝나서 죽으려고 찾아온 겁니까?”
정우현은 차가운 표정의 공호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공호열 씨, 나랑 예진이는 13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걔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설마 예진이가 그쪽 권력과 돈이 탐나서 결혼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자신의 재력과 권력을 너무 믿는 건가요, 아니면 본인에 대해 자신이 없는 건가요?”
공호열의 얇은 입술이 굳게 다물어지며 두 눈은 언제라도 상대를 도륙 낼 듯한 예리한 칼날처럼 매섭게 번뜩였다.
“경고했을 텐데요. 이렇게 돌아왔다는 건 각오가 되어있단 뜻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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