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이 솔직한 눈빛으로 당당하게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난 예진이 좋아해요. 13살 때부터 좋아했어요. 예전엔 자신이 없어서 고백을 못 했는데 지금 하기엔 너무 늦었네요. 그쪽이 믿거나 말거나 예진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거든요.”
“날 좋아한다고요?”
공호열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둘이 짜고 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 마음이 원래 하나같이 싸구려인 건가?”
정우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남자로서 결혼을 강요당하는 게 남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는 일인 건 맞지만, 그쪽은 남의 생각이나 말에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불같은 공호열의 성미를 누가 모르나.
정말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면 그렇게 과감하게 일 처리를 하지도 못했을 거다.
정우현이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손으로 하늘도 가릴 사람인데 정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면 거절했겠죠. 그래도 의사로서 예진이는 아픈 사람을 그냥 놔두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결혼을 약속했음에도 무시하고 굴욕과 괴로움만 안겨준다면 남자로서 너무 쓰레기 같은 행동 아닌가요? 제가 다 부질없어 보이는데요.”
정우현은 공호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느긋하게 소매를 풀어 헤치고 위로 말아 올리자 탄탄한 팔과 명품 시계가 나타났다.
정우현의 말이 끝나도 공호열은 여전히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아무런 동요도 없이 눈썹만 치켜올렸다.
“얘기 끝났습니까?”
“네, 할 말은 다 했네요.”
이윽고 공호열의 주먹이 정우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공호열이 갑자기 손을 댈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데다 몸놀림이 워낙 잽싸고 정확하게 조준해서 정우현이 뒤로 움직여도 피하지 못했다.
단단한 주먹을 맞자 바로 입안에 비릿한 맛이 감돌았다.
하얀 피부라 입가에 선홍빛 피가 더욱 눈에 띄었다.
정우현은 입가를 쓸더니 굴하지 않고 피식 웃으며 상대를 도발했다.
“왜요, 아픈 곳 찔러서 발끈하는 겁니까?”
공호열은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
보기만 해도 아팠다.
“죽고 싶다는데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공호열이 차갑게 웃었다.
“영웅호걸 행세라도 하고 싶은가 본데, 주제를 봐가면서 행동해야지.”
권예진의 동공이 움츠러들고 심장이 세차게 뛰며 호흡이 느려졌다.
그에게 사람 하나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았다.
잔혹하고 차가운데 하필 겉으로는 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권예진은 심호흡하고 그의 차갑고 살벌한 얼굴을 바라보며 서둘러 말했다.
“우린 정말 그냥 친구예요. 우리가 만나는 게 싫으면 앞으로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남자가 입꼬리를 피식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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