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거짓 นิยาย บท 75

권예진은 다급히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우현이를 놓아줄 거예요? 저 뭐든 다 들어줄게요!”

이대로 가다간 정우현이 정말 여기서 죽을지도 몰랐다. 공호열 손에, 이 어두운 곳에서.

공씨 가문은 단순한 정재계 인맥을 넘어 보이지 않는 막강한 세력까지 등에 업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를 없애는 건 마치 발끝으로 개미를 짓밟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공호열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탈리아 수제 구두가 정우현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었느나 그의 시선은 오로지 권예진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말없이, 단 한 마디도 없이.

권예진은 잠시 고민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저랑 결혼하기 싫어하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해요. 우현이를 놓아줘요. 대신 전 계속 어르신 병을 돌볼게요. 그리고 당신과 억지로 결혼하려 하지 않겠어요. 걱정 마요, 최선을 다해 어르신을 치료할 거니까.”

공호열이 냉소를 흘렸다.

“네가 시작하자 하면 시작하고 끝내자 하면 끝나는 거야?”

그의 웃음에는 조소가 서려 있었다.

“이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다고? 나를 뭐로 보는 거지?”

권예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두려움과 경계가 뒤섞여 가슴속을 휘몰아쳤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냉담하게 굳어 있었고 그의 목소리엔 희미한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래요”

권예진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혼자 이 늪에 빠지는 걸로 충분했고 정우현까지 끌어들일 순 없었다.

하지만 그 말에 공호열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우현이를 놓아주겠어요?”

권예진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벗어.”

공호열의 차가운 목소리가 짧고도 날카롭게 울렸고 그 한마디가 권예진의 고막을 강렬하게 때렸다.

“...뭐라고요?”

그녀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못 알아듣겠어?”

공호열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믿어. 네가 이 남자와 아무 관계도 아니라면 증명해 봐.”

권예진은 몸이 굳어버린 듯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대체 어떻게 증명하란 말이에요?”

정우현은 붉어진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하지만 공호열은 묵묵히 그녀를 끌고 갔다.

곧장 주차장으로 향한 그는 그녀를 차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순간 그의 몸이 그녀 위로 덮쳐왔다.

차 안, 한 치의 틈도 없이 좁혀진 거리에서 숨막힐 듯한 위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새도 없이 차가운 입술이 그녀를 덮쳤다.

숨을 빼앗기는 듯한 강렬한 키스. 그건 감정이 없는, 오로지 분노와 벌을 담은 키스였다.

권예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그저 얼어붙은 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날 선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나를 이렇게까지 도발하는 사람이 너 말고 또 어디 있다고 생각해?”

공호열의 시선이 차갑게 그녀를 꿰뚫었다.

“권예진, 네가 의술을 조금 안다고 해서, 우리 집안 어른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아니요.”

권예진은 조용히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호열 씨는 재산이 나라를 살 만큼 많고 손 하나 까딱이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죠. 제 목숨 하나쯤 없애는 건 그저 개미를 밟는 것만큼 쉬운 일일 거예요. 그런데 제가 감히 어찌 함부로 굴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 속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고도 맑았는데 가을 하늘처럼 투명한 빛이 서려 있었다. 긴 속눈썹은 검고 촘촘하게 내려앉아 마치 부드러운 깃털처럼 흔들렸다.

그 작은 떨림이 그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아주 은근하게 그러나 지울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