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한다고?”
공호열이 비웃듯이 웃었다. 도대체 이 세상에 이 여자가 하지 못할 일이란 게 있긴 한 걸까?
가라앉았던 약 기운이 그녀 때문인지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공호열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눈빛에는 분노가 서렸다.
빌어먹을, 그는 이 여자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래요, 전 감히 그러지 못해요.”
권예진은 그의 변화를 감지하고는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한 채 심장이 마구 뛰었다.
“걱정 마. 널 죽게 두진 않아. 죽여 버리면 너무 재미없잖아.”
공호열이 날카롭게 눈을 가늘게 뜨며 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당장, 나한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권예진의 볼에 뜨거운 홍조가 올랐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으나 그건 말도 안 되는 추측이었다.
공호열은 자신이 평생 그녀를 건드릴 일 없다고 말했었고 세간에서는 그가 청렴하고 절제력이 강하며 여자와 엮이는 일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죠?”
권예진은 침착하게 물었다.
공호열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남자가 한밤중에 여자 찾아오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순간, 권예진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해경시에서 성운산까지 최소 두 시간이 걸린다. 굳이 이곳까지 와서 그녀를 찾은 이유는...
해독제.
“절 평생 과부로 살게 하겠다더니, 이제 와서요?”
권예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호열 씨라면 어떤 여자든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면 오해하겠네요.”
“오해? 내가 너 아니면 안 될 거라고?”
공호열이 싸늘한 어조로 비웃으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쥐었다.
“그런 착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언제 시작할지, 언제 끝낼지 정할 권리는 너한테 없어. ‘공호열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원하는 거라면 대가는 치러야지. 고통을 겪어야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까.”
권예진은 긴장한 채 주먹을 꽉 쥐었다.
“해경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최소 두 시간은 걸려요. 그런 일이라면 차라리 호열 씨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 하지만 이럴 때 네가 최적의 선택이야.”
공호열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그 말투는 너무나 모욕적이었다.
산길을 오르던 중, 내려오려던 정우현과 마주쳤다.
“그 자식, 너한테 무슨 짓 안 했어?”
정우현이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괜찮아.”
권예진은 덤덤히 대답했다.
“오히려 네가 더 걱정되네. 몸은 어때?”
정우현은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했지만 겉으로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나도 괜찮아.”
“그럼 가자.”
두 사람은 도관으로 돌아왔다. 권예진은 구급 상자를 꺼내 정우현의 상처를 간단히 치료해 주었다.
비록 당시 공호열이 정말 그를 죽일 듯한 기세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이 단순한 찰과상이었다.
그렇게 치료를 마친 후, 권예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다시 한 번 몸을 씻었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과 용기가 있었기에 김다윤의 진실을 밝혀내면 공호열이 믿어 줄 거라 생각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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