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그 말이 들리는 순간, 권예진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세차게 조여든 듯 멈춰버렸다. 숨이 턱 막히고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녀는 ‘식물인간’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숨을 쉴 수 있고 맥박, 혈압, 체온도 모두 정상이지만 말도 없고, 의식도 없고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저 살아 있는 시체였는데 인지 능력은 완전히 상실되고 어떤 자발적인 움직임도 없다.
박지석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요즘은 식물인간에서 깨어나는 사례가 예전보다 많아졌어요. 대체로 의학계에선 12개월 이상 의식이 없는 상태를 식물인간으로 본다고 하거든요. 물론 정우현 씨가 언제 깨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진 마요.”
하지만 권예진은 멍하니 선 채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정우현에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던 사람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멀쩡하던 그가...
“정우현 씨 가족에게는 연락했어요?”
박지석이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이런 큰일을 감출 수는 없었다.
권예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부모님 연락처를 몰라요.”
그 말을 하며 그녀는 조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무언가를 찾는 눈빛이었다.
“정우현 씨 휴대폰은 여기 있어요.”
박지석이 수술대 옆, 피로 얼룩진 옷가지 속에서 한 대의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휴대폰 화면은 깨져 있었지만 작동은 가능했다.
권예진은 전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켜졌지만 지문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열 수 있었다.
배경화면은 성운산의 폭포였는데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곳은 그들이 자주 놀러 갔던 장소였다.
권예진은 정우현의 손가락을 가져다 대지는 않았다.
대신 비밀번호를 입력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정우현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실패였다.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올랐고 그녀는 자신의 생일을 입력했다.
“그때 우현이가 아팠을 때 네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몰라. 아줌마가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 했지. 우현이가 몇 년째 너 얘기만 입에 달고 살더라. 며칠 전에 해경시에서 너 만났다고 기뻐하면서 얘기하던데... 보면 볼수록 너희 둘은 정말 인연인 것 같아.”
권예진은 눈물이 눈가에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애써 울음을 참았다.
그 말 한마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산산이 부수고 있었다.
그제야 강미정이 말을 돌렸다.
“근데 이 시간에 전화한 거 보니까 무슨 일 있니?”
“아주머니...”
권예진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을 머금고 있었고 어렵사리 떨리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저기, 그게...”
“무슨 일이야?”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강미정은 금세 긴장한 듯 목소리를 조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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