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권예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뭐라고...?”
강미정의 목소리에 믿기지 않는 충격이 서려 있었다.
“지금... 지금 상태는 어떠니?”
며칠 전 귀국할 때만 해도 멀쩡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권예진은 휴대폰을 꼭 쥐고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의사 말로는...”
그녀는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다가 조용히 이어갔다.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대요.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쾅!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강미정이 침대 옆 협탁을 치며 스탠드를 떨어뜨렸고 스탠드는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졌다.
“아주머니?”
권예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잠시 정적 후, 강미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너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이거 거짓말이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식물인간이 될 수가 있어?”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현실을 외면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건 그냥 악몽일 거야. 꿈은 원래 반대라잖아. 그래, 꿈이야... 우현이는 멀쩡해. 괜찮을 거야... 분명 괜찮을 거야...”
자신을 속이듯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말하며 겨우 숨을 붙잡고 있었다.
“아줌마...”
권예진은 그 말을 듣자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참았던 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목소리엔 울음이 얹혀 있었고 말끝마다 떨림이 묻어났다.
“싫어! 안 들어! 난 안 믿어!”
강미정은 전화기 너머에서 완전히 무너진 목소리로 외쳤다.
“내 아들은 멀쩡했어. 어떻게 사고가 나? 어떻게... 식물인간이 된다는 거야! 그럴 리 없어!”
“아줌마... 저도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우현이에겐 아줌마가 필요해요.”
병실 안으로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공호열이 먼저 들어섰고 그 뒤를 박지석과 정민욱이 따랐다.
세 사람 모두 굳은 표정으로 말 한 마디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공호열은 정신이 나간 듯 침대 옆에 서 있는 권예진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침대 위의 남자를 대신해 죽고 싶다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눈빛이 어두워졌다.
분명 그녀가 아픈 것이 싫었다. 그런데도 그는 참지 못하고 비아냥을 뱉었다.
“약혼자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하는 건 무슨 꼴이지? 내가 죽은 줄 알았나 보네?”
권예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아니니까요. 내가 누구 때문에 울든, 누구 때문에 죽고 싶어하든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아니라고?”
공호열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짙은 눈동자에 매서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사람이 너 대신 죽을 각오를 한 게 마음에 와닿기라도 한 거야?”
하지만 권예진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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